불닭브랜드 제품(사진=삼양식품)
불닭브랜드 제품(사진=삼양식품)
농심 신라면 더레드, 오뚜기 마열라면, 세븐일레븐 대파열라면 등 식품·유통업계가 매운 라면을 연이어 선보이며 국물라면 시장에서 매운맛 경쟁이 격화됐다.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볶음면 시장을 선점한 삼양라운드스퀘어(삼양식품 그룹의 지주사) 또한 ‘맵탱’을 앞세워 해당 경쟁에 동참했다. 이 과정을 삼양식품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사진)이 주도하고 있어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10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론칭한 ‘맵탱’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 라면을 소비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매운맛의 다양성을 추구한 컨셉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맵탱은 스트레스 해소, 해장, 기분전환 등 각 상황에 적합한 매운맛을 제공한다는 컨셉으로 화끈함, 칼칼함, 깔끔함, 알싸함, 은은함 다섯 가지로 매운맛을 세분화해 적절히 조합했다.
맵탱 모델 정호연(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맵탱 모델 정호연(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지난달 초에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을 맞아 제품의 맛과 포장지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1년여간의 연구개발 끝에 삼양라면과 삼양라면 매운맛 리뉴얼에 나섰다.

삼양식품이 국물라면 제품 라인업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은 불닭볶음면과 다른 브랜드 간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효자 브랜드’이지만 단일 브랜드에 치중한 사업은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을 ‘삼양 3세’ 전병우 본부장이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 본부장은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 김정수 부회장 부부의 1남 1녀 중 장남이다. 김 부회장(지분율 32.0%)에 이은 삼양라운드스퀘어의 2대 주주(지분율 24.2%)다.
작년말 기준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요주주(자료=금융감독원, 삼양라운드스퀘어)
작년말 기준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요주주(자료=금융감독원, 삼양라운드스퀘어)
전 본부장은 2019년 6월 삼양식품 해외전략 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뒤 지난달부터 경영자로서 본격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주사 소속으로 국물라면 라인업에 대한 제품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직속 조직으로 라면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있다. 라면 신제품 개발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지난달 14일 개최된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이 그룹의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지난달 14일 개최된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이 그룹의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브랜드 및 디자인은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브랜드전략 부문이 담당하게 하는 등 디자인 전문성도 높였다. 삼양라면 패키지는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임을 강조할 수 있도록 리뉴얼했고 맵탱은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를 개발해 포장에 적용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 매출 1조원 돌파를 앞두고 3세를 전면에 앞세우며 제2의 부흥기를 알리려는 것”이라며 “전병우 본부장은 지주사의 전략본부장으로서 불닭볶음면 이외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