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좀처럼 끝나지 않는 긴축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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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벤치마크 금리로 불리는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4.8%를 상회하며 지난 2007년 7월 이후 무려 16여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장기금리가 일제히 상승했고, 미국과 유로 등 상대국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달러는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360원을 넘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국채, 특히 장기금리가 이처럼 상승하고 있는 배경은 지난 9월 20일 미국 연준의 FOMC 정례회의에서 2024년 말 연준의 목표금리 전망치가 기존 4.6%에서 5.1%로 상향 제시된 영향이 컸다. FOMC 회의 이전에만 해도 미국 10년물 금리는 4.3%대를 기록한 바 있어 FOMC 회의 이후 불과 2주일여 만에 금리는 0.50%p 더 상승했다. 물론 9월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 상승에 따른 향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장기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후 유가가 조정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더 오른 것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에서 미래 금리를 더 높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국채의 단기 금리는 오르지 않고 있다. 단기 2년물 이하 금리는 5.2%를 하회하고 있다. 단기 금리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미국 연준이 올해 말 목표금리를 기존 전망치와 동일하게 5.6%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가 5.25~5.50% 수준이기 때문에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기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내년에는 추가 금리인상보다 금리인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가 오르지 않고 장기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장단기 금리의 역전 폭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금리 역전 폭 축소는 향후 경기와 물가에 대한 회복 기대로 해석될 수 있으나, 오히려 증시는 조정을 보이고, 달러 강세는 심화되고 있다. 이는 장기금리의 상승이 채권시장 약세, 즉 채권 매도가 강해졌기 때문이며, 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향후 실물 경제에 대한 이자 등 비용 부담이 더 커지고, 증시에서는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금리의 상승이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되는 배경은 지난 2022년도 9월과 10월에 발생했던 영국 장기금리 급등으로도 경험한 바 있다. 2022년 9월 영국 국채인 길트 금리는 영국 새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규모 채권 매도로 급등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감세안을 폐기하고 중앙은행은 채권을 매입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켰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급격한 상승은 미국 채권과 재정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미국 연준이 계속 금리인상 등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까닭은 물가안정을 위함이라는 표면적 명분과 의도적으로 경기를 꺼뜨리려는 내재적 명분이 포함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도 3%대로 둔화되었다. 그럼에도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과 현재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적 수요 등은 언제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정책 효과를 상쇄시킬 위험이 있다. 더욱이 연준 입장에서 과거에 비해 더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인다는 점도 이미 중앙은행의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종합해보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등 긴축 기조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긴축 효과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결국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여야 긴축 기조는 종료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연준이 최종 목표금리를 5.6%로 그대로 유지했음은 현재의 정책금리가 경제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실질금리가 1.5%를 상회하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평가했는데, 가장 최근 미국 실질금리는 1.62%에 달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최종 목표금리인 긴축 사이클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경제와 시장이 상당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긴축 사이클과 고금리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피로감도 누적되는 기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마켓리더의 시각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로 불리는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가 4.8%를 상회하며 지난 2007년 7월 이후 무려 16여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장기금리가 일제히 상승했고, 미국과 유로 등 상대국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달러는 더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360원을 넘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국채, 특히 장기금리가 이처럼 상승하고 있는 배경은 지난 9월 20일 미국 연준의 FOMC 정례회의에서 2024년 말 연준의 목표금리 전망치가 기존 4.6%에서 5.1%로 상향 제시된 영향이 컸다. FOMC 회의 이전에만 해도 미국 10년물 금리는 4.3%대를 기록한 바 있어 FOMC 회의 이후 불과 2주일여 만에 금리는 0.50%p 더 상승했다. 물론 9월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 등 유가 상승에 따른 향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도 장기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후 유가가 조정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더 오른 것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에서 미래 금리를 더 높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국채의 단기 금리는 오르지 않고 있다. 단기 2년물 이하 금리는 5.2%를 하회하고 있다. 단기 금리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미국 연준이 올해 말 목표금리를 기존 전망치와 동일하게 5.6%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가 5.25~5.50% 수준이기 때문에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기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은 내년에는 추가 금리인상보다 금리인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가 오르지 않고 장기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장단기 금리의 역전 폭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금리 역전 폭 축소는 향후 경기와 물가에 대한 회복 기대로 해석될 수 있으나, 오히려 증시는 조정을 보이고, 달러 강세는 심화되고 있다. 이는 장기금리의 상승이 채권시장 약세, 즉 채권 매도가 강해졌기 때문이며, 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향후 실물 경제에 대한 이자 등 비용 부담이 더 커지고, 증시에서는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금리의 상승이 금융시장에 불안 요인이 되는 배경은 지난 2022년도 9월과 10월에 발생했던 영국 장기금리 급등으로도 경험한 바 있다. 2022년 9월 영국 국채인 길트 금리는 영국 새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규모 채권 매도로 급등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감세안을 폐기하고 중앙은행은 채권을 매입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켰다. 미국 국채 금리 역시 급격한 상승은 미국 채권과 재정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미국 연준이 계속 금리인상 등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까닭은 물가안정을 위함이라는 표면적 명분과 의도적으로 경기를 꺼뜨리려는 내재적 명분이 포함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1년 후 기대 인플레이션도 3%대로 둔화되었다. 그럼에도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과 현재 경제주체들의 소비와 투자 심리, 금융시장에서의 투기적 수요 등은 언제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정책 효과를 상쇄시킬 위험이 있다. 더욱이 연준 입장에서 과거에 비해 더 강한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인다는 점도 이미 중앙은행의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종합해보면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등 긴축 기조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긴축 효과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결국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이 상당히 위축된 모습을 보여야 긴축 기조는 종료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연준이 최종 목표금리를 5.6%로 그대로 유지했음은 현재의 정책금리가 경제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실질금리가 1.5%를 상회하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평가했는데, 가장 최근 미국 실질금리는 1.62%에 달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최종 목표금리인 긴축 사이클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경제와 시장이 상당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긴축 사이클과 고금리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피로감도 누적되는 기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