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중 국민의힘 위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개발 및 디지털 권리장전 추진계획 실무 당·정 협의회'에서 말하고 있다.  /뉴스1
박성중 국민의힘 위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개발 및 디지털 권리장전 추진계획 실무 당·정 협의회'에서 말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지지세력을 가리키는 비판 표현이 정치권의 도마에 올랐다. 여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을 비판하는 표현인 ‘대깨문’이 댓글 필터링으로 가려진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다음은 기사 댓글에 ‘대깨’, ‘대깨문’ 등이 포함된 경우 이를 자동으로 가림 처리하고 있다. 다음은 2020년 12월 댓글에 세이프봇 기술을 처음 도입했다. 이 기술은 비속어, 욕설 등이 담긴 댓글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자동으로 펄터링 한다. 이를 통해 가림 처리된 댓글은 이용자가 원하는 경우 클릭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정치적 표현인 경우에는 댓글을 가림 처리하지 않고 있다.

대깨문은 ‘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표현의 준말이다. 문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극성 지지층을 비난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네이버는 대깨문을 정치적 표현으로 봐 이 표현이 들어간 댓글을 삭제하거나 가림 처리하지 않는다. 반면 카카오는 대깨문은 가림 처리하고 있지만 ‘쥐박이’, ‘닭근혜’ 등의 표현은 필터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두 단어는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카카오는 비속어로 간주해 대깨문, 대깨 등의 표현을 AI가 필터링 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가리는 사람 머리를 가리키는 비속어일 뿐 아니라 ‘깨져도’도 노골적인 신체 훼손을 뜻하는 표현”이라며 “대가리와 깨져도가 포함된 ‘대깨’는 AI가 비속어로 판단해 해당 어휘가 담긴 댓글은 가림 처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따르면 AI는 쥐박이나 닭근혜 등의 표현은 비속어가 아닌 동물과 고유명사를 결합한 표현으로 간주한 셈이다.

카카오는 비속어와 달리 정치적 표현은 규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해석이 담긴 댓글을 포털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문죄인’, ‘찢재명’, ‘이죄명’, ‘개딸’ 등의 표현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표현인 ‘굥’도 가림 처리하지 않고 있다. 비속어가 아닌 중립적인 단어의 결합은 필터링 대상이 아니라는 게 카카오의 설명이다. 반면 ‘대깨윤’, ‘대깨박’ 등의 표현은 비속어로서 규제 대상이다.

박 의원은 카카오가 세이프봇에 적용하는 증오 표현을 임의로 고르는 바람에 대깨문을 포함한 정치적 표현이 억압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의 댓글 규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전 검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다음은 포털 기사 댓글 서비스를 놓고 중립성 논란에 휘말려왔다. 이에 지난 6월 뉴스 댓글 서비스를 댓글이 아닌 실시간 채팅 방식으로 바꿨다. 게재 후 24시간이 지난 채팅은 자동으로 사라지도록 했다. 스포츠 국가 대항전의 비(非)로그인 클릭 응원 서비스도 이달 중단했다.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중국 클릭 응원 비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여론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자 나온 조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