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종식하고 해외여행 등 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텔업계에 최근 훈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호텔 기업인 미국 메리어트인터내셔널(티커 MAR)은 공격적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 관광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메리어트가 올해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25% 이상 늘어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 가능성은 우려 요인이다.
'호텔 공룡' 메리어트, 광폭 M&A로 주가 점프

코로나19 딛고 반등

1927년 설립된 메리어트는 2016년 스타우드 호텔&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호텔 체인으로 성장했다. 세계 138개국에서 8500여 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거느린 호텔 브랜드는 리츠칼튼, 페어필드, 쉐라톤, W 등 31개에 달한다.

‘호텔 공룡’으로 불리는 메리어트는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메리어트의 영업이익은 8400만달러로 전년보다 95%나 줄었다. 2020년 한 해 주가는 11.62% 하락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매출은 136억6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억5000만달러로 1983% 폭증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등의 영향력이 아주 크지 않았고, 자국 내 여행 수요가 증가해서다.

지난해 메리어트는 코로나19 피해를 완전히 극복했다. 2022년 매출(207억7000만달러)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209억7000만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세계 곳곳에서 ‘보복 소비’로 여행 지출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에는 올해 메리어트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리어트 주가는 올해 들어 9일(현지시간)까지 30.58%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은 12.92%였다.

M&A로 영토 확장

메리어트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남미 최대 호텔 그룹인 호텔레스시티를 1억달러에 인수, 75개 도시에 152개 호텔을 확보하게 됐다. 남미와 카리브해 일대에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메리어트는 올해 8월엔 미국 MGM리조트와 제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메리어트는 크루즈 여행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세 척인 크루즈선을 올해 10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4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크루즈 여행 전용 브랜드를 신설한 뒤 3년 내로 기업공개(IPO)할 방침이다.

메리어트는 앞으로 3년 동안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텔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인 객실당 연평균 수익(RevPAR)이 2025년까지 2년간 6%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또 올해 조정 EPS가 전년 대비 최소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텔업계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으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신용평가사 피치는 보복 소비로 증가한 여행 수요가 올해 하반기부터 잦아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高)금리도 호텔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강제 청산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CMBS) 19개 가운데 9개가 호텔의 차입이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 상반기에 경기 침체가 도래할 확률이 높아지면 여행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