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도 날았다"…체질 개선 성공한 LG전자
LG전자가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난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65년간 유지해온 ‘가전 기업’의 틀을 깨고 자동차 부품 등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을 늘려 온 결과다.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LG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9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고 10일 공시했다.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다. 증권가 영업이익 컨센서스(실적 추정치 평균)는 8084억원이었다.

호실적의 배경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불황을 이겨내고 견실한 매출과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미래 비전을 향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콘텐츠 등 무형(비하드웨어), 자동차 전자부품, 신사업 등 3대 사업의 매출 비중을 가전보다 높이기로 했다. ‘TV, 세탁기만 팔아선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장과 가전으로 B2B 확대

3분기 이익 증가를 이끈 핵심 요인은 ‘효자’로 자리 잡은 자동차 부품 사업이다. 사업 부문별 실적이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 3분기 VS(전자장치)사업본부는 매출 2조6700억원, 영업이익 720억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에는 VS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이 10조원을 웃돌고 수주잔액은 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전장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 전장 부품 양산에 들어간 LG마그나 멕시코 공장은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헝가리 미슈콜츠에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네 번째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캐시카우인 가전에서도 B2B 비중이 확대됐다. 북미와 유럽에서 친환경 규제가 늘어나며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냉난방 공조 사업이 급성장했다.

비(非)하드웨어 사업도 착실히 성과를 내고 있다. 생활가전과 TV 등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것이 LG전자의 기존 강점이었다면, 이제는 하드웨어 제품에 결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함께 공급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고가의 가전·TV 교체 수요가 줄어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방편이다. 3분기 TV 수요 감소에도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이 성장하며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드웨어 가전과 구독 서비스를 결합해 3분기에 출시한 업(UP)가전 2.0도 고객에게 호평받았다.

시장에서는 LG전자가 4분기에도 호실적을 내는 데 이어 내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억눌려 있던 수요가 살아나면 H&A(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와 HE사업본부도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올림픽 특수와 프리미엄 TV 라인 공략으로 TV 판매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전 사업이 성장세를 이어가 내년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