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핵심 시정철학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고 있는 서울시가 위기가정 지원 등 관련 정책에 투입된 자원, 역량 등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하는 ‘약자동행지수’를 구성해 발표했다. 연간 5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약자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이들의 삶의 질이 나아진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6대 영역, 50개 세부지표로 구성된 약자동행지수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모든 정책을 다시 평가하고 설계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서울 '약자와의 동행'…지표로 복지정책 평가

6대 영역·50개 세부지표

그간 사회적 약자 개념을 반영한 지표가 없었던 건 아니다. 유럽연합(EU)의 ‘사회적 배제지표’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 등이 있었지만, “이들 지표는 빈곤율 등 거시적인 개념을 다뤄 정책 성과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시 측 설명이다.

시에 따르면 약자동행지수는 도시 단위의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지수는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을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등 6개 생활 영역별로 진단한다.

생계·돌봄 영역의 대표 지표는 위기가구 지원율, 안심소득 지원 가구의 근로 만족도, 영유아기 틈새돌봄 제공률 등 12개다. 빈곤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소득 계층 이동성은 약화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거 영역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과 관련이 있다. 공공임대주택 재고 수,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규모 등 6개 지표로 구성됐다. 의료·건강 영역에선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원 규모, 자살 고위험군 관리율 등 10개 지표를 반영했다.

교육·문화 영역은 교육 소외계층 맞춤형 지원 규모, 취약계층 아동의 학습역량 수준 등 8개 지표로 평가한다. 안전 영역은 고립은둔청년 지원 규모, 교통약자의 보행 교통사고 발생률 등 9개, 사회통합 영역은 다문화 구성원의 사회 소속감, 서울시민의 동행인식 수준 등 5개 지표를 관리한다.

지수 변화를 예산에 연계

약자동행지수는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한 2022년을 기준연도(100)로 삼아 산출한다. 해마다 각 영역 지표 값의 상승 또는 하락 여부를 분석한다. 서울시 관계자(김미경 동행사업담당관)에 따르면 지수는 약자 정책으로 분류되는 680개 사업 중 400개를 연계한다.

예컨대 2023년 A영역의 약자동행지수가 97이라면 전년 대비 3포인트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성과가 뒷걸음질 친 이유(대외요인 포함)를 파악해 관련 사업의 지원 예산을 늘리거나 운영 방안을 개선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식이다.

부진한 사업은 다른 사업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상승한 지표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높은 목표를 적용해나갈 방침이다.

오 시장은 “정책 의지는 예산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며 “늦어도 내년까지는 약자와의 동행지수를 토대로 세부지표를 구체화하고 예산 편성을 완벽하게 다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매년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외부평가단 정기 모임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시 새로운 지표를 추가하거나 기존 지표를 보완하기로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