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가정신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가정신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기업가정신은 세상의 많은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을 휩쓸고 있는 베어로보틱스의 하정우 대표(사진)가 지난 6일 서울 성수동 한국지사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간 하 대표는 2011년부터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에서 일했다. 구글 엔지니어이던 그는 2016년 실리콘밸리 밀피타스에 있는 순두부가게를 인수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서빙 자동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고민 끝에 그는 구글에서 나왔다. 하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선 창업자들이 성공할 때마다 직원들을 잡아놓기 위해 연봉을 높여준다”며 “안정된 소득을 포기하고 구글을 떠나는 게 처음에는 두려웠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2017년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개발·생산하는 베어로보틱스란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구글 직원이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 대표가 창업한 베어로보틱스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20년 240만달러를 투자했다. 베어로보틱스가 세계 로봇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계기다. 이 회사가 개발한 서빙 로봇은 미국 맥도날드를 비롯해 한국 CJ, 신세계푸드 등에 공급됐다. 회사 가치는 현재 7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는 “돈보다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도전과 혁신을 위해선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공무원, 자영업자 등 인생을 사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기업가정신뿐”이라며 “문제를 자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게 기업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도전하고 싶어 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당장 창업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하 대표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통찰력과 아이디어, 기술만 있으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투자를 위한 네트워크도 더 탄탄해졌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좋은 여건에도 한국에선 네이버 이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하 대표는 한 달여간 한국에 머물며 시리즈B의 두 번째 투자 유치 활동을 하다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과 한국에 250여 명의 직원을 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국내에서도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수십 번의 미팅을 끊임없이 소화했다. 서빙 로봇뿐 아니라 물류를 담당하는 로봇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그는 “시장이 있고 좋은 제품이 있다면 언젠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며 “회사 직원 250명이 나중엔 1000명이 될 텐데, 이들과 같은 꿈을 꾸며 세상을 바꿔 갈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