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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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열릴 예정이었던 기획재정부 체육대회가 돌연 취소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대회 일정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지만,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사퇴 시기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재부 체육대회가 취소됐다. 기재부 체육대회는 부총리와 차관, 각 실국 간부,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참석해 결속력을 다지는 핵심 연례행사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과 2021년에 멈췄다가 작년에 다시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 5월에 이어 11월 체육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기재부는 전날 오후 늦게 사내 공지를 띄워 체육대회가 취소됐다고 안내했다. 취소 사유는 국회 예결위 때문으로 알려졌다. 예결위는 다음 달 3일 종합정책질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주요 일정이 겹친 만큼 체육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재부 안팎에선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추 부총리가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조만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추 부총리는 내년 총선에서 대구 달성구 3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래 11월은 국회 일정으로 바쁜 시기"라며 "당초 날짜까지 잡아놨던 체육대회가 취소된 것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추 부총리의 사퇴설이 제기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체육대회 때도 "이번 체육대회를 끝으로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작년에는 10월에 열렸던 체육대회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개최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자 추 부총리는 5월에 이어 가을에도 체육대회를 열겠다며 사퇴설을 불식시켰다.

추 부총리는 총선 출마설과 사퇴 시기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와 관련해 "적정할 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총선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1월 11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면 된다.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지만, 지역 표심을 다지기 위해 오는 12월께에는 사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최근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한글날인 지난 9일에도 달성군 달성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28회 달성군민의 날 기념, 군민체육대회' 행사장을 찾아 "여러분이 뽑아준 달성군 국회의원 추경호가 다시 돌아왔다"며 "정말 지역주민 여러분을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