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 끝나나…원·달러 환율 하루 새 10원 넘게 급락 [한경 외환시장 워치]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가 약화된 영향이다. 향후 중국 경기부양책 확대 여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349원50전)보다 10원80전 내린 1338원70전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원50전 내린 1344원에 개장한 뒤 하락세를 키웠다. 133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했다.

종가 환율이 1330원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달 25일(1336원50전) 이후 약 17일만이다. 이 기간 환율은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로 1363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내림세로 전환됐다. 보름만에 30원 올랐다가 다시 상승 폭을 반납하는 등 큰폭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환율이 내린 것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Fed 인사들이 비둘기(통화완화)적 발언을 내놓은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라파엘 보스틱 미 애틀란타 연방은행 총재는 미국 은행협회 연설에서 "중동전쟁으로 시장과 투자자는 물론 정책 입안자들도 새로운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더 이상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향후 경제 지표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나온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우리의 기대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가 퍼지면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선다. 달러대비 원화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환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107까지 올랐다가 이날 105대로 낮아졌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금리도 최근 16년 만에 최고치인 연 4.8%대까지 올랐다가 시장 불안 완화에 연 4.6%대로 내려온 상태다. 국제 유가도 진정세를 보이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 확대 여부도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화는 위안화의 대리통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 변화에 따라 원화 가치도 동반 변동하는 경우가 많다. 전날 중국 정부가 재정 투입을 늘릴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안화와 원화 가치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이날 부양책 관련 보도에도 불구하고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9원5전이다. 전 거래일 같은시간 907원7전에서 8원2전 내리면서 800원대로 다시 내려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