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리 집도 올랐지만 서울 강남은 더 많이 올랐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의 한 신축아파트를 보유한 직장인 변모씨(41)는 강남 학군지로 이사할 계획이지만 선뜻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몇 개월 새 강남에 봐둔 아파트 호가가 3억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값이 더 벌어지기 전에 작은 평수라도 사야 할지, 좀 더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갈아타기 시점을 고민하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강남 지역 아파트값이 비강남보다 빠르게 반등하면서 두 지역의 아파트값 격차가 올해 들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 → 강남 '갈아타기'…"9.6억 필요"

○마포서 강남 가려면 평균 9.6억

11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R114에 의뢰해 강남구와 강북 지역 인기 주거지 5개 구(마포·용산·성동·광진·양천구)의 최근 2년간 아파트 매매 평균값을 분석한 결과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집값 격차는 지난 4월 가장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월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23억1200여만원으로 마포구 아파트값(14억1400여만원)과의 차이가 8억9000여만원이었다. 지난달은 강남구 전용 84㎡ 아파트값이 23억4000여만원이고 마포구는 13억8500여만원이었다. 두 지역의 평균 매매가 차이가 9억6000만원에 달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4월엔 용산구에서 강남구로 갈아타기를 하려면 전용 84㎡ 기준 평균 5억7000여만원이 필요했는데 지난달엔 6억3000여만원으로 증가했다. 성동구와 강남구의 격차는 같은 기간 8억5000만원에서 9억1000만원으로 커졌다. 광진구(9억8000만원→10억2000만원), 양천구(9억2000만원→9억4000만원) 등도 강남구와의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

평균 매매가보다 개별 단지의 체감 격차는 훨씬 크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는 올초 24억원으로 떨어졌지만 현재 최저 호가가 27억원이다. 이에 비해 14억8500만원까지 내려갔던 성동구 옥수동 ‘옥수리버젠’ 전용 84㎡는 16억원대 매물(최저 호가 기준)도 있다. 올초 실거래가 14억원대가 무너졌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16억원대 급매가 여전히 시장에 나와 있다.

○강북도 오르지만…“금리가 변수”

강남과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값 격차가 커진 건 올해 들어 강남 지역의 새 아파트 및 재건축 단지의 매수세가 강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평균 매매가 변동률은 6월 0.01%를 나타내며 작년 7월(-0.11%) 후 1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반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나머지 지역은 지난달 0.01% 오르며 뒤늦게 상승세에 합류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반등장은 강남권이 주도하고 나머지 지역이 뒤따라가는 양상”이라며 “두 지역 간 갭(가격 격차)이 메워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갭 메우기를 무작정 기다리기엔 고금리, 경기 상황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남 입성을 위해선 급매물 매수와 청약 등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여 연구원은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강남보다 강북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 인하 흐름이 확인된 이후로 매수 시점을 늦출 수 없다면 급매물을 찾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강남 3구보다는 매수세가 약한 편”이라며 “경쟁률이 높더라도 강남권 청약을 노리는 것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