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빈국에서 세계 최고 부자 국가로 올라선 아일랜드가 넘치는 세수를 기반으로 국부펀드 조성에 나섰다. 고령화, 기후 위기 등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행보다. 이런 세수 호황이 ‘법인세 혁명’의 결과라는 사실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50%에 이르던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떨어뜨려 2003년부터는 12.5%로 묶었다. 유로존 평균보다 9%포인트 낮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관련 수익에 최대 50% 세금을 감면해주는 ‘지식개발 박스’ 제도 등 혜택을 추가했다. 그러자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IBM 인텔 등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가 몰려왔다. 결국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1700여 개에 이르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했다.

아일랜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2.2%로 유로존 경제성장률(3.5%)의 3배를 웃돌았다. 2021년 거둬들인 법인세는 153억유로(약 22조원)에 달했다. 2012년 39억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수도 더블린에 있는 높이 120m의 첨탑은 2003년 아일랜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과거 자국을 지배한 영국을 추월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난해 이 나라의 1인당 GDP는 10만달러를 넘어 영국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아일랜드의 눈부신 성과는 우리 현실과 비교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흐름을 거슬러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세율을 종전 22%로 되돌리는 세제 개편을 추진했으나, ‘부자 감세’라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1%포인트 찔끔 인하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한국 법인세의 조세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이다. 갖가지 반기업·반시장적 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는 마당에 법인세까지 높다 보니 해외 기업이 오기는커녕 국내 기업도 달아날 판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미국과 같은 21%로 낮추기만 해도 연간 실질 GDP가 33조8560억원 증가하고 10년간 13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분석도 있다. 세제 합리화 외에 노동 경직성 해소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 매직’ 우리는 왜 못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