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 '연쇄창업가', 유전병 치료제 개발 도전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DNA 변형으로 생긴 유전질환 치료제를 선보이겠습니다.”

김진수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초빙교수(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새로 창업한 바이오회사 엣진과 그린진의 신약 개발 청사진을 밝혔다. 툴젠 창업자인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 분야 세계적 석학이다. 2022년 5월 6일 엣진과 그린진을 창업했다. 김 교수는 이들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아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엣진과 그린진은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 플랫폼을 보유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1만6500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졌다.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된다. 고유 염기 중 하나라도 바뀌면 유전질환이 생길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유전질환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실명을 일으키는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이다. 모성 유전되는 질환으로 주로 20~30대 남성에게 발생한다.

김 교수는 탈리드, HiFi-DdCBE, ZFD 등 세 가지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 플랫폼을 개발했다. 탈리드는 사람 미토콘드리아 DNA의 아데닌을 교정할 수 있는 세계 첫 번째 플랫폼이다. 엣진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교정해 불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김 교수는 “세 가지 플랫폼을 활용하면 병원성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 질환의 85%를 고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 기술은 식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린진은 식물 세포의 소기관인 엽록체 DNA를 교정해 제초제에 강한 콩과 잔디를 개발 중이다. 엽록체 DNA 염기를 교정한 콩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유전자변형생물(GMO) 규제를 받지 않는다.

김 교수는 과학자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자가 창업을 많이 하고 그 혜택을 인류가 받도록 하는 게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모더나 창업주인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랭거 교수는 40개 바이오회사를 창업했다. 김 교수는 “과학자에게 첫 창업 회사에서 끝까지 일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인류가 당면한 여러 불치병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김유림/사진=이솔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