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인 ‘아크폭스’를 베이징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추진한다. 현대차가 해외 자동차 브랜드를 수탁 생산하는 첫 사례다. 현대차가 고전을 거듭하는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

현대차 "中 포기못해"…아크폭스 수탁생산
11일 업계와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차(50%)와 베이징자동차(50%)의 중국 내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아크폭스를 생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베이징현대가 아크폭스의 설계·생산·품질관리를 모두 맡는 ‘내부생산(MIP·made in plant)’ 방식이 유력하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3공장을 생산기지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폭스는 베이징자동차가 출시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베이징자동차는 올해 아크폭스 가격을 13.8%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크폭스 알파S HI’에는 화웨이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했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린 현대차는 당초 아이오닉 등 자사 전기차 모델의 중국 공장 생산을 추진했다. 하지만 현대차 고위 경영진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뒤 기존 계획을 미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현대차 브랜드로 맞붙는 것은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아크폭스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베이징자동차와 관련 협의를 이어왔다. 현지 관계자는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을 통해 중국 시장 재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전 거듭한 현대차

현대차는 중국 시장 철수를 ‘플랜B’로 고려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서 수년째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베이징(1·2·3공장), 창저우(4공장), 충칭(5공장)에 총 5개 공장을 가동하면서 연간 자동차 생산능력을 160만 대까지 끌어 올렸다. 하지만 전성기를 달리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중국 내수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현대차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전략 실패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결국 BYD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대약진했고,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가 아크폭스 생산을 맡아 중국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물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그 공백을 아크폭스 생산을 통해 메울 전망이다. 전기차가 대세인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점도 아크폭스 생산을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을 꾀하는 현대차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올 8월까지 현대차의 중국 시장 생산·판매량은 15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4만4000대)보다 9%가량 증가했다.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과감한 변화를 꾀한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6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중국의) 남은 2개 공장은 생산 효율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모델 생산을 통한 신흥시장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배성수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