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교전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졌다. 반미 성향 이슬람교 시아파 무장세력들도 참전 의지를 보이고 있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이 적극 개입하면 이번 무력충돌이 ‘신(新)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보고 확전을 포함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영토에서 다수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난 뒤 시리아 방향에서 이스라엘로 포탄이 날아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쪽에서도 로켓 15발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통치 중인 가자지구 인근에 사는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72시간 동안 필요한 음식과 물 등을 충분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두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미국도 비상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고위 관리들과 대응 방안을 조율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완전한 악행이자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한 사실을 밝히면서 “필요하면 이스라엘에 군사자산을 추가로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제럴드포드에 이어 두 번째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인근 해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시아파 무장세력은 미국에 “개입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라크 무장세력 카타이브헤즈볼라도 상황 발생 시 공격에 가담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