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일부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 간부들이 근무시간에 일하지 않아도 정상 근무로 인정해준 사실이 서울시 감사 결과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 단협에 위법 소지가 크다고 보고 공사에 시정을 요구했다.

11일 김종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노사 단협에 ‘근무협조’라는 제도를 도입해 노조 간부들이 의무 근무일 중 일부를 출근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 단협이 2006년 이전 체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따라 조합 활동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면제 한도는 조합원 수에 따라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며 한도를 초과하면 안 된다.

하지만 감사 자료를 보면 공사에서 노조 간부들이 근무협조를 활용해 의무 근무일에도 일하지 않은 날은 2018년 총 1759일에서 지난해엔 4418일로 증가했다. 연간 20일 이상 근무협조를 활용한 인원도 2018년 1명에서 지난해 44명으로 증가했다. 서울시는 감사자료에서 “근무협조 제도는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있으며, 노조법의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조 간부가 타임오프 제도와 근무협조를 동시에 활용해 근무시간을 대폭 줄여놓고 그마저도 제대로 출근하지 않는 사례도 감사 결과 적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 간부 A씨는 임기 중이던 2018년 6월 1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 근무해야 하는 525시간 중 8시간만 근무했다. 이후 2019년 6월 1일~2020년 5월 31일엔 의무 근무시간 1258시간 중 실제 근무시간이 전혀 없었다. 공사는 지하철 승무직 근무자가 승무 전 받아야 하는 음주 측정 기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노조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공사에 사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 노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의무 근무시간에 무단결근한 노조 간부 4명을 적발해 지난달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고 이달 들어선 타임오프 사용자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