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200번 연산으로 물체 감지…손발 다 쓰는 '범용 로봇'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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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9주년 기획 '엔드 테크가 온다'
(9·끝) '로봇공학 패러다임' 바꾼 美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
로봇이 공중제비 돌고 벽을 타도
사람처럼 손 못쓰면 움직임 한계
반응 느린 기존 로봇과 달리
물건 위치 등 초당 200번 기록
물체 굴리고 손가락으로 끌어당겨
(9·끝) '로봇공학 패러다임' 바꾼 美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
로봇이 공중제비 돌고 벽을 타도
사람처럼 손 못쓰면 움직임 한계
반응 느린 기존 로봇과 달리
물건 위치 등 초당 200번 기록
물체 굴리고 손가락으로 끌어당겨
미국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로봇 혁신의 산실로 꼽힌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이로봇 등 세계 로봇산업의 지형을 바꾼 기업들이 MIT의 스핀오프(spin-off)로 출발했다. 지난달 28일 방문한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 역시 로봇 발전사에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한쪽 벽에 걸린 치타 형상의 로봇 사진이 눈길을 붙잡았다. 질주하는 로봇의 모습은 그 아래 전시된 치타 사진을 빼닮았다. 이곳이 세계 로봇공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사족 보행 로봇 치타의 탄생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있다. 네 발과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을 지나 이제 로봇 연구의 지평은 사람처럼 손을 쓰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으로 넓어졌다.
글로벌 로봇공학 연구의 메가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로봇 손’이다. 사람처럼 섬세하게 물건을 잡고 조작할 수 있는 로봇 손이 상용화하면 로봇 시장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제한된 장소에서 특정 업무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용도 제한 없이 일하는 ‘제너럴(범용) 로봇’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백플립과 파쿠르를 하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로 세계를 놀라게 한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로봇의 손 조작 기술 연구에 들어갔다.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는 로봇 손 실험의 중심에 서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반사적으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로봇 손 그리퍼를 최근 개발했다. 생명체의 전유물인 반사 신경을 로봇에 부여하려는 시도다. 긴 팔에 두 개의 다관절 손가락을 장착한 그리퍼는 카메라와 손가락 끝에 달린 고대역폭 센서로 가까이 있는 물건의 위치, 접촉 시 압력 등의 데이터를 초당 200번 이상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물건의 위치가 갑자기 바뀌어도 손가락 끝 측정값만으로 즉각 반응해 물체를 굴리거나 손가락으로 끌어와 잡을 수 있다. 시각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존 로봇들이 다시 처음부터 움직임을 계산하느라 반응이 느려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불확실성에 적응할 수 있는 로봇 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캐나다의 인공지능(AI) 로봇 전문 기업 생추어리AI는 사람의 촉각을 모방한 손을 장착한 범용 휴머노이드 피닉스를 개발하고 있다. 피닉스는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작업할 수 있다. 매장 관리에 투입된 테스트용 로봇은 상품 포장, 청소 등 110개 넘는 업무를 해냈다고 한다. 조르디 로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범용 로봇이 자동차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며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했다.
로봇이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으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은 물론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인텔 등 글로벌 테크기업도 일제히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주요국 정부는 로봇 기술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로보틱스 로드맵을 계획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강화해왔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이 된 중국은 ‘로봇 제조 강국’을 지향점으로 잡고 로봇산업 성장률 연평균 20%+α 달성을 목표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빈난새 기자/케임브리지=박신영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인간의 반사 신경까지 구현한 로봇
2012년부터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상배 MIT 교수는 무겁고 값비싼 유압식 메커니즘이 표준이던 로봇에 세계 최초로 전기모터를 달아 기동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치타 로봇의 아버지다. 20년 전 로봇은 뒤뚱이며 걷기만 해도 신기한 볼거리였지만 전기모터 구동이 보편화하면서 이젠 초당 2.3m를 달리고 눈을 감은 채 민첩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됐다. 제조 단가도 대폭 낮아졌다. 그만큼 활용도는 무한대로 높아진다.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있다. 네 발과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을 지나 이제 로봇 연구의 지평은 사람처럼 손을 쓰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으로 넓어졌다.
글로벌 로봇공학 연구의 메가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로봇 손’이다. 사람처럼 섬세하게 물건을 잡고 조작할 수 있는 로봇 손이 상용화하면 로봇 시장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제한된 장소에서 특정 업무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용도 제한 없이 일하는 ‘제너럴(범용) 로봇’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백플립과 파쿠르를 하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로 세계를 놀라게 한 보스턴다이내믹스도 로봇의 손 조작 기술 연구에 들어갔다.
MIT 생체모방로봇연구소는 로봇 손 실험의 중심에 서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반사적으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로봇 손 그리퍼를 최근 개발했다. 생명체의 전유물인 반사 신경을 로봇에 부여하려는 시도다. 긴 팔에 두 개의 다관절 손가락을 장착한 그리퍼는 카메라와 손가락 끝에 달린 고대역폭 센서로 가까이 있는 물건의 위치, 접촉 시 압력 등의 데이터를 초당 200번 이상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이를 통해 물건의 위치가 갑자기 바뀌어도 손가락 끝 측정값만으로 즉각 반응해 물체를 굴리거나 손가락으로 끌어와 잡을 수 있다. 시각 데이터에 의존하는 기존 로봇들이 다시 처음부터 움직임을 계산하느라 반응이 느려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불확실성에 적응할 수 있는 로봇 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1가정 1로봇’ 시대 성큼
로봇 손 개발은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로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캐나다의 인공지능(AI) 로봇 전문 기업 생추어리AI는 사람의 촉각을 모방한 손을 장착한 범용 휴머노이드 피닉스를 개발하고 있다. 피닉스는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작업할 수 있다. 매장 관리에 투입된 테스트용 로봇은 상품 포장, 청소 등 110개 넘는 업무를 해냈다고 한다. 조르디 로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범용 로봇이 자동차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며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했다.
로봇이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열쇠로 주목받으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은 물론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인텔 등 글로벌 테크기업도 일제히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주요국 정부는 로봇 기술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로보틱스 로드맵을 계획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강화해왔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이 된 중국은 ‘로봇 제조 강국’을 지향점으로 잡고 로봇산업 성장률 연평균 20%+α 달성을 목표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빈난새 기자/케임브리지=박신영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