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세율로 부자된 아일랜드, 1000억유로 '미래기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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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 몰려와 곳간 두둑
기후위기·고령화 대비에 투자
"세수호황 끝나기 전 기회 잡아야"
기후위기·고령화 대비에 투자
"세수호황 끝나기 전 기회 잡아야"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을 대거 유치한 아일랜드가 세수 호황을 기반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한다. 고령화, 기후위기 등 구조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재투자다.
마이클 맥글래스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의회에 2024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부터 ‘아일랜드 미래기금’과 ‘인프라기후기금’을 함께 조성한다. 아일랜드 미래기금은 고령화와 기후위기, 기타 재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기금이다. 2035년까지 현재 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달하는 43억유로를 매년 투입한다. 투자 수익률을 연 4%로 가정하면 총규모는 1000억유로(약 142조원)에 달한다고 아일랜드 재무부는 설명했다.
기금 용처는 미래의 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둘 계획이다. 다만 기금 투자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2040년 전까지는 자금을 꺼내쓸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140억유로(약 19조원) 규모의 인프라기후기금도 조성한다. 기존 국가예비기금 20억유로에 더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해 예산 흑자 20억유로를 투입한다. 인프라기후기금의 주목적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이다. 평상시에는 기금의 최대 22.5%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쓰되 공공 재정이 크게 나빠질 경우 기금의 25%를 인프라 지출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두 기금 모두 아일랜드 국외 자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아일랜드 미래 기금은 장기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고 인프라기후 기금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유동성이 높은 단기 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세계 다국적 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면서 대규모 재정 흑자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12.5% 법인세율과 높은 고용유연성 등이 기업들을 끌어들인 비결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는 더 많은 정보기술(IT)·금융·제약회사가 아일랜드에 몰려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화이자 등이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 재정은 2021년 68억유로 적자에서 지난해 80억유로 흑자로 전환했다.
이런 호황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게 아일랜드 정부의 판단이다. 맥글래스 장관은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한 월간 법인세 신고액을 거론하며 “기회의 창은 무한정 열려 있지 않을 것이므로 지금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마이클 맥글래스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의회에 2024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며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부터 ‘아일랜드 미래기금’과 ‘인프라기후기금’을 함께 조성한다. 아일랜드 미래기금은 고령화와 기후위기, 기타 재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기금이다. 2035년까지 현재 아일랜드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달하는 43억유로를 매년 투입한다. 투자 수익률을 연 4%로 가정하면 총규모는 1000억유로(약 142조원)에 달한다고 아일랜드 재무부는 설명했다.
기금 용처는 미래의 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열어둘 계획이다. 다만 기금 투자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2040년 전까지는 자금을 꺼내쓸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140억유로(약 19조원) 규모의 인프라기후기금도 조성한다. 기존 국가예비기금 20억유로에 더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해 예산 흑자 20억유로를 투입한다. 인프라기후기금의 주목적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이다. 평상시에는 기금의 최대 22.5%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쓰되 공공 재정이 크게 나빠질 경우 기금의 25%를 인프라 지출에 쓸 수 있도록 했다.
두 기금 모두 아일랜드 국외 자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아일랜드 미래 기금은 장기적이고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해 수익성을 높이고 인프라기후 기금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유동성이 높은 단기 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는 세계 다국적 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면서 대규모 재정 흑자를 거두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12.5% 법인세율과 높은 고용유연성 등이 기업들을 끌어들인 비결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는 더 많은 정보기술(IT)·금융·제약회사가 아일랜드에 몰려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화이자 등이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 재정은 2021년 68억유로 적자에서 지난해 80억유로 흑자로 전환했다.
이런 호황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게 아일랜드 정부의 판단이다. 맥글래스 장관은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한 월간 법인세 신고액을 거론하며 “기회의 창은 무한정 열려 있지 않을 것이므로 지금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