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제공
KPGA 제공
"육아가 정말 힘들잖아요. 그래서 골프 훈련이 덜 힘들게 느껴졌어요. 아빠가 되면서 저 자신도, 골프도 성숙해진 것 같습니다."

함정우(29)가 아내, 딸과 함께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12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막 올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무대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1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함정우는 "재작년 4위, 지난해 준우승 했던 만큼 이번에는 '우승하겠지'하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함정우는 코리안투어의 대표 '스테디 플레이어'다. 2016년 코리안투어 입회 이후 꾸준히 상위권에서 이름을 알린 그는 2019년 SK텔레콤오픈에서 첫 승을 거뒀다. 이어 2021년 최경주인비테이셔널에서 2승을 거뒀고 지난 8일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투어 통산 3승의 강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2년만에 나온 우승이었지만, 그간 부진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6개 대회 중 4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을 포함해 이번 시즌 컷 탈락 없이 8차례 톱10에 들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4861.42점), 평균 타수 1위(70.295타)를 달리고 있는 것이 증거다.

하지만 우승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지난해 3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강예린(28)과 결혼하고 올해 3월 딸 소율이를 낳으면서 마음 한켠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랜만의 우승이라 그런지 다음날까지 잠도 제대로 못잤을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특히 아내 강예린의 속앓이를 날려준 보람이 컸단다. 그는 "아내는 결혼하고 아기도 낳았는데 우승이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며 "이번 우승으로 그 스트레스를 날려줘서 고맙다더라. 그러면서 대견하다고 칭찬해주며 밤에 아이가 깼을 때도 저를 깨우지 않는 '상'을 줬다"고 환하게 웃었다.
KPGA 제공
KPGA 제공
그는 오랜만에 거둔 우승의 공을 가족에게 돌렸다. 그는 "그간 최종라운드로 갈수록 무너질 때가 많았다. 체력도, 멘탈도 문제였던 것 같다"며 "아내와 함께 달리기를 자주 했는데 지루함을 버티는 훈련과 체력도 함께 길렀다"고 말했다.

딸 소율이가 태어난 이후에는 골프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그는 "아이들이 이유없이 울고, 자주 아프다. 그때마다 힘들고 짜증이 나지만 내 아이니까 참고 또 참는다"며 "그러다보니 골프에서 느끼는 짜증과 힘듦이 굉장히 가볍게 느껴졌다"고 농담섞인 진담을 털어놨다. 그는 "육아가 정말 힘들다"고 재차 강조하며 "일상에서의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쌓여 골프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그에게 특별한 대회다. 2021년 이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김영수(34)와 끝까지 우승경쟁을 벌이다 2위로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해 준우승이었지만 경기력에서 만족한 대회였다"며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선두를 추격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줬다"고 회상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함정우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임성재,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영수와 한 조로 경기한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와 맞대결을 펼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특별한 전략은 없습니다. 임성재 선수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싶어요. 임성재 선수보다 유리한 점이요? 간절함으로는 제가 이깁니다. (웃음)"

인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