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안정화에 상승세 꺾인 원유 시장, 급등 불씨는 남아 [오늘의 유가]
WTI 선물, 0.47% 하락
전날 4% 급등한 데서 소폭 완화
중동 분쟁 영향 제한되며 진정세 접어들어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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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의 확전 위기로 인해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원유 공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따라 매도세가 한풀 꺾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0.41달러(0.47%) 하락한 배럴당 85.9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북해 브렌트유 선물(11월물) 가격도 전장보다 0.45달러(0.51%) 내린 배럴당 87.70달러에 장을 마쳤다.
공급 안정화에 상승세 꺾인 원유 시장, 급등 불씨는 남아 [오늘의 유가]
전날까지 원유 시장에 확산하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9일에는 WTI, 브렌트유 모두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3달러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에 있다는 소식이 확산하며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설도 퍼졌다. 이 때문에 이란이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수 있다는 공포가 유가에 반영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약 1700만 배럴,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다만 이란 정부가 개입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또 무력 충돌이 직접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줄 것이란 우려도 사그라들었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현재까지 전쟁이 원유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며 "원유 트레이더들도 전쟁의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날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2.9%로 둔화할 것이란 예상치를 발표했다.

IMF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5%로 종전 전망치(5.2%)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4.2%로 예측하며 기존 전망치(4.5%)에서 0.3%포인트 낮췄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불씨는 남아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이란이 하마스를 지원했다는 증거가 공개되면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CBA의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비벡 다르는 "이란의 하마스 지원설에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면 유가가 곧장 상승할 것"이라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9일 전화브리핑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한 이란의 역할과 관련 “‘스모킹건(smoking gunㆍ확실한 증거)’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은 하마스를 다년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커비 조정관은 10일에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 은행에 보관된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에 대해 “언제든 다시 동결하는 게 가능하다”며 “그 돈은 아직 카타르 은행에 예치돼 있고, 재동결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커비 조정관이 해당 자금의 재동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 대비한 대응 카드의 성격인 것으로 해석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