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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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남쪽 톨란드 스트리트에 있는 웨이모 로보택시 차고지. 경비원의 삼엄한 경비 속에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차고지를 웨이모 로보택시가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이들 차량의 공통점은 텅 비어있는 운전석. 운전자 대신 지붕에 큼지막한 라이다와 카메라 모듈을 탑재한 웨이모 택시는 스스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꿔가며 일반차량들과 뒤섞여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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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한 호텔 앞에서 웨이모 앱을 켜고 ‘인바이트 코드(접속코드)’를 입력하자 호출 화면이 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로보택시는 인바이트 코드를 부여받은 이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택시의 차량 대수 등을 고려해 이용자의 총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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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를 타고 도시의 명물 중 하나인 페리빌딩까지 15분간 이동해봤다. 부드럽고 시원시원한 주행실력을 선보였다. 운전자가 없다는 불안감 따윈 없었다. 횡단보도를 걷는 보행자는 물론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는 사람, 갓길에 주차된 차량도 센서로 인식해 피해 다녔다. 택시요금은 13달러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페리빌딩에서 하차하자 웨이모는 다음 호출자를 향해 곧바로 출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로보택시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구글의 웨이모와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브랜드 크루즈는 2022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야간에만 로보택시를 운행해오다 지난 8월 10일 캘리포니아주 공공요금위원회(CPUC)로부터 24시간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전까진 야간(밤 9시~오전 5시)에 운행했는데 이젠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역을 운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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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일상 된 로보택시

이번엔 크루즈 로보택시를 체험해볼 차례. 저녁 9시20분쯤 호출을 시작했는데 택시가 잡히질 않았다. 모바일 앱 화면에 인근의 탑승 가능한 크루즈가 등장했지만 이내 사라졌다. 다른 수요자들과 호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20분간 여러 차례 시도 끝에 택시 잡기에 성공했다. 로보택시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거주하는 한 교민은 “6개월 전 웨이모와 크루즈 앱을 설치하고, 인바이트 코드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며 “지난해 신청한 사람이 최근에야 코드를 받는 등 지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모에 따르면 대기자는 10만명이 넘는다. 로보택시 수요자가 긴 대기 줄을 형성한 것이다.
사진=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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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모스콘센터를 향해 달리는 크루즈의 주행실력도 수준급이었다. 교통신호와 다른 차량을 파악하며 10여분 간 주행했다. 주도로가 정체일 경우 이면도로로 주행하는 등 시내 도로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교통신호에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럽게 대응해 다소 답답한 측면도 있었다. 택시요금은 9달러 정도였다. 미국에서 일반화된 우버와 리프트 등 승차 공유 서비스보다 저렴했다. 기사 월급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이다. 또한 로보택시는 잠들지 않는다. 충전 시간만 제외하면 24시간 운행할 수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일반 택시보다 효율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웨이모와 크루즈를 비교해 봤을 때 탑승공간, 승차감, 차량 내 음악 재생 등 서비스 등은 웨이모가 앞섰다. 크루즈의 차량은 쉐보레 볼트 EV다. 웨이모는 재규어의 I페이스 전기차로 운영 중이다. 탑승공간과 승차감은 차급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운전석을 제외한 앞뒤 좌석에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는 웨이모와 달리 크루즈는 앞자리 조수석을 이용할 수 없었다. 차량 가운데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전면부에 접근할 수 없었고, 공간 활용도도 떨어졌다. 이는 운전석의 스티어링휠이나 기어 등을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도록 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진=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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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택시 세계 최초’ 경쟁 치열

세계 각국은 현재 로보택시 상용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보택시 기술과 이와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선점해야 경쟁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지난 8월 24시간 상용화에 나섰을 때 로이터 등 외신은 “샌프란시스코가 글로벌 로보택시 산업의 중심이 됐다”고 타전하기도 했다.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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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로보택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달 18일 수도 베이징시 이좡구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전면 도입했다. 이좡구는 베이징 중심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제이디닷컴과 같은 IT 기업 본사가 있는 곳이다. 로보택시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가 개발한 차량으로 운행대수는 200여대다. 이날 중국 언론들은 “전 세계 수도 중에서 로보택시를 도입한 건 중국이 최초”라고 의미부여 했다.

바이두는 이미 여러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행하며 4000만㎞ 이상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두는 2년 후인 2025년 중국 65개 도시, 2030년엔 100곳의 도시에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도 로보택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2018년부터 도쿄에서 로보택시 시범운행을 하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중국 업체 2곳과 손잡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대량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이 올해 4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457억달러(약 61조원)로 110배 이상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건 사고 여러 건 발생…반대 여론도

로보택시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특히 로보택시가 24시간 운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 발생한 각종 사고는 논란거리이며, 이로 인해 반대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14일 밤 10시에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크루즈 로보택시 2대가 택시에 치인 보행자를 이송하려던 구급차 운행을 방해한 사건이 있었다.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20~30분 만에 사망했다. 24시간 운행 허용 후 나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은 “크루즈가 길을 막고 있어 진입과 이송이 어려웠다”고 주장했고, 크루즈 측은 “동영상 확인 결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사진=최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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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택시와 소방차가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 지난 8월 17일 저녁 텐더로인 지역의 한 교차로에서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던 로보택시 크루즈가 파란불을 보고 교차로에 진입했다. 이때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 중이던 소방차와 충돌했다. 크루즈는 소방차에 오른쪽 옆 부분을 들이받혔고, 승객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대해 크루즈 총괄 매니저인 그레그 디트리히는 “이번 사고는 주변을 보기 어려운 교차로 건물 등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며 “소방차가 빨간 신호를 지나치기 위해 잘못된 차선으로 주행했다”고 설명했다. 사고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크루즈 택시 10대가 해변의 한 거리에 멈춰 15분 이상 차량 정체를 일으키기도 했다. 승객을 태우지 않은 크루즈가 한 공사 현장 주변에서 꿈쩍도 못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로보택시가 본격적으로 시범 운행을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소방차와 구급차가 로보택시로부터 방해받은 사례는 73건에 달했다. 이 중 올해에만 전체의 대부분인 70건이 발생했다. 이 중 로보택시 운행을 24시간으로 확대한 지난달 9일 이후 20일 동안 13건이 발생했다. 올해 발생 건수의 18%다. 경찰에 접수된 일반 교통 방해 사례 등을 합치면 수치는 더 많을 것이다.

이날 크루즈 로보택시 체험을 할 때 실제로 출동한 소방차, 구급차와 맞닥뜨리기도 했다. 소방차를 감지한 크루즈는 주행을 멈춘 채 상황파악을 하는 등 경직된 움직임을 보였다. 소방차 옆을 지날 때 과도하게 거리를 두며 천천히 회피하는 등 답답하고 미숙한 대응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비정상적 정차로 인한 교통 체증 유발, 공사 현장 멈춤, 소방차‧경찰차 대응 등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은 아직 부족한 것이다. 문제는 사건사고가 대부분 돌발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로보택시 운행대수도 줄었다. 당초 웨이모 250대, 크루즈 300대 등 550대의 로보택시가 샌프란시스코를 누볐지만, 현재는 400대 정도만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이 사고 조사를 완료하고 적절한 시정 조치를 취할 때까지 활동 중인 운행 차량을 50% 줄일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크루즈는 운행시간도 야간으로 조정했다.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을 0~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레벨2까지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레벨3은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된다.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구간에서 자율주행을 하며 위험할 때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다. 주행 제어를 스스로 하는 로보택시는 레벨4에 해당한다.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5는 모든 도로에서 운전자 없이 차량 스스로 운행하는 단계다. 로보택시의 경우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운행 지역이 한정돼 있는데 이 같은 제한도 없는 단계가 레벨5다.
자료=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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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선 레벨4 상용화가 본격화 이뤄지고 있다. 다만, 상용화를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로보택시와 강은 기업형 자율주행과 개인 소유 차량의 자율주행은 비용과 대중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로보택시의 경우 부피가 큰 고가의 라이다를 장착했다. 라이다는 레이저로 주변 환경을 3D로 입체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저가 물체를 맞고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정밀한 거리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개인에게 판매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즉, 로보택시가 구현하는 레벨4 기술은 B2C가 아닌 B2B 영역이다.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일반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 레벨3까지 올라왔다. 이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이다. 지난달 독일 BMW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 중 두 번째로 정부의 레벨3 자율주행 허가를 받았다. 레벨3 자율주행 허가를 받으면, 운전자는 공식적으로 차량에 운전을 맡기고 다른 곳에 주의를 돌려도 된다. 이와 관련한 책임은 자동차 제조사가 지게 된다.

BMW는 연내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을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에 적용할 계획이다. 독일에서 처음 레벨3 주행 허가를 받은 제조사는 메르세데스 벤츠(2021년 12월)다. 다만 조건이 있다. 현재는 시속 60km까지만 레벨3 자율주행을 허가받았다. 벤츠는 내년 말까지 이 속도를 시속 90km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 시속 130km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BMW도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의 혼다는 2021년 3월 세계 최초로 레벨3 기술을 적용한 레전드를 출시했다. 한국의 경우 현대자동차에서 지난해 레벨3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제네시스 G90 레벨3 자율주행차 출시 시기는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2023년에 현대차와 볼보 등 주요 제조사들이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B2B 자율주행 시장은 레벨4가 상용화 단계에 있다.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70억달러(약 9조4000억원)의 몸값을 자랑했던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자율주행 합작회사 아르고 AI는 작년 10월 폐업했다.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비용 대비 수익을 낼 가능성은 작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완전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포기했고, 구글의 웨이모도 기업 가치 하락 등으로 사옥을 이전하고 차량 대수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처럼 작년 연말부터 자율주행 시장은 위기와 기회라는 성장통을 겪으면서 발전했다.

로보택시 상용화와 함께 자율주행 셔틀도 늘고 있다. 셔틀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주행하기 때문에 로보택시보다 기술 구현이 쉽고 안전성도 높다. 자동차 제조사가 만드는 자율주행 셔틀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자율주행 셔틀 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다. 물류운송을 위한 자율주행 트럭도 상용화 전망이 밝은 시장이다.

자율주행 레벨5 구현을 위해선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레벨 4 서비스의 상용화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레벨5는 그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레벨5는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애플이 당초 목표로 했던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고, 운전석이 있는 형태의 차량을 2026년에 내놓겠다고 변경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이 생성형 AI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은 만큼,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DB산업은행이 발간한 ‘자율주행차 글로벌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 비중이 2021년 0.5%에서 2030년 54.1%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올해 1월 자율주행차량 시장이 2035년까지 최대 4000억달러(약 487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 로보택시는 언제?

테슬라는 지난 8월 자사 자율주행 프로그램인 ‘FSD(완전자율주행)’의 버전12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직접 45분간 자율자율주행하는 모습을 X를 통해 생중계했다.
사진=테슬라
사진=테슬라
FSD 버전12를 탑재한 테슬라는 공사 구간은 물론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도 무리 없이 운행했다. 과속방지턱을 지나갈 때는 속도를 적당히 줄여 매끄럽게 지나갔다. 머스크는 “이런 운전방식에 대해 코드 한 줄 넣지 않았다”며 “시스템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45분간의 자율주행 과정 중 인위적으로 개입한 건 브레이크를 밟은 한 번뿐이었다.

테슬라의 이번 업데이트로 자율주행이 레벨4 단계로 온전히 진입했다는 게 실제 이용자들의 의견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 교민은 “집에서 출발해 샌프란시스코의 목적지까지 단 한 번도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몇 년간 테슬라의 FSD 기능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번 업데이트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차량이 달려와 부딪치지 않는 한, 테슬라가 사고를 낼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며 “자율주행은 기본적으로 방어 운전을 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순간적으로 방심할 일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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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웨이모·GM 크루즈 등처럼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라이다·레이다·카메라·교통신호 정보 등을 종합해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 이와 달리 테슬라는 라이다 센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카메라에 의존하는 ‘테슬라 비전’ 시스템을 채택했다. 8개의 외부 카메라와 이들이 촬영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슈퍼컴퓨터만을 이용한다. 이를 통해 지역 제한 없이 어디서든 완전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판단이다.

테슬라의 슈퍼컴퓨터는 도로에 깔린 200만대의 차량 운전자로부터 수집한 수십억건의 주행 영상을 기반으로 운전하는 방법을 스스로 학습한다. 방대한 데이터와 강력한 슈퍼컴퓨팅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자율주행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를 운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테슬라가 자체 설계한 ‘D1’ 칩을 장착한 슈퍼컴퓨터 ‘도조’를 자율주행 운용에 사용할 계획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D1은 엔비디아의 GPU인 ‘A100’보다 6배 빠르다.

다만 ‘선 기술 공개, 후 오류’ 방식의 테슬라 개발 방식이 소비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운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FSD 기술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전미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 등 미 정부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테슬라 로보택시’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속도 내지 못하는 한국 자율주행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국들이 로보택시와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주행 레벨3 단계의 국산 자동차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로보택시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현재 국내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일대와 청계천 변, 강남 테헤란로 등에서 로보택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청계천 변과 DMC 인근에서 진행되는 자율주행차는 정해진 목적지만 왕복한다. 미국, 중국과 달리 국내 로보택시에는 안전요원이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 로보택시보다 셔틀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제조사들이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사고 발생 시 그에 대한 책임 부담과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2027년 상용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테크업계에선 로보택시의 다양한 부작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운송사업은 로보택시와 같은 자율주행차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복잡한 도심 도로에서 운행을 하는 만큼 B2B 시장에선 상용화에 속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기술적 보완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을 통해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범운행지구를 넓게 설정하고, 보다 많은 로보택시가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자율주행 친화적인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최진석 특파원
사진=최진석 특파원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웨이모의 경우 이미 14년의 개발 경험을 갖고 있다. 2009년 구글 무인택시 시범운행을 시작으로 2016년 분사했다. 이듬해인 2017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8년 12월 상업 자율주행 서비스인 ‘웨이모 원’을 내놓은 뒤 올해 24시간 유상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웨이모의 적자 규모는 100억 달러(13조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부담이 컸지만, 로보택시 산업을 선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테크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는 국가와 제조사를 중심으로 산업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며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제조사는 관련 기술을 비용을 지급하면서 라이선스 방식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보택시를 포함한 자율주행 산업을 차세대 경쟁력 중 하나로 키우면서, 이에 따라 일자리 위협을 받는 택시 운전자와 승차 공유 운전자, 대리기사 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