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 롯데쇼핑의 김상현 부회장은 지난달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 임원을 초청한 자리에서 2026년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상권 점포를 리뉴얼하고 해외 사업을 확장해 ‘쇼핑 1번지’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 셔틀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근 상공을 날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 셔틀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근 상공을 날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롯데는 헬스 앤드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뉴 라이프 플랫폼 등 네 가지 신성장 동력을 주축으로 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

신동빈 회장
신동빈 회장
헬스 앤드 웰니스 부문의 한 축을 맡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작년 말 글로벌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인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우수 생산 시설과 평균 경력 15년 이상인 핵심 인력 등 기존 임직원의 99.2%를 승계해 인수와 동시에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란 비전을 세웠다. 메가플랜트 거점으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낙점하고 지난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송도에 세 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총 36만L 항체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다. 플랜트당 12만L 규모 항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 증설도 검토 중이다. 1·2·3공장을 각각 2025년, 2027년, 2030년 준공한 뒤 2034년 전체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4년을 기준으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총생산 역량은 40만L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달 맞춤형 건강 관리 플랫폼 ‘캐즐’을 정식 출시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내년 말까지 캐즐 가입자 100만 명을 유치해 ‘전 국민 데일리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캐즐은 ‘건강관리(Care)를 퍼즐(Puzzle) 맞추기처럼 즐겁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검진 정보 제공 및 활용에 동의한 캐즐 사용자는 건강검진 데이터 인공지능(AI) 분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설문, 의료정보 입력, 유전자 검사를 추가하면 더욱 정밀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캐즐을 중심으로 롯데 계열사 및 파트너사와 서비스를 연계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1월에는 디지털 멘털 케어 스타트업인 아토머스와 협업해 플랫폼을 통한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다. 내년 3월에는 라이프로그, 유전자 특성, 의료 데이터 분석,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장 건강 관리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UAM 인프라 구축 본격화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신사업을 본격화한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이브이시스는 2025년까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오프라인 거점을 중심으로 주요 도심지 주차장에 급속, 중급속 위주의 이브이시스 충전기 1만300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브이시스는 초급속(350㎾), 급속(100㎾), 중급속(30㎾), 완속(7㎾·11㎾) 충전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기 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과 이브이시스는 엘포인트 적립과 복합 결제, 주차 자동 할인, 구독 서비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외에도 자율주행 셔틀, 지능형 교통망(C-ITS), UAM, 트램 등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UAM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구축에는 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롯데렌탈이 나섰다. 3사는 K-UAM 그랜드 챌린지 참여를 위해 롯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올해 2월 국토교통부와 협약을 체결했다. 버티포트 부지 선정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기획하고 관련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롯데정보통신은 버티포트에 필요한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 개발·구축·운용을, 롯데건설은 설계와 시공을 담당한다. 롯데렌탈은 버티포트 시설 및 장비(충전) 등 제반 인프라 구축 및 운영을 추진한다.

○“‘그로서리 1번지’로 거듭날 것”

롯데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롯데쇼핑 CEO(최고경영자) IR(기업설명회) DAY’ 행사에서 2026년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6대 핵심 전략을 통해 사업부별 시너지를 창출해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6대 핵심 전략은 △핵심 상권 마켓 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e커머스 사업 최적화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동남아시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 기업으로의 전환 등이다.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롯데쇼핑은 지난달 AI 기업 업스테이지와 ‘생성형 AI 상호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온·오프라인 유통 노하우 및 고객 구매 데이터에 업스테이지의 AI 기술력을 결합해 고객 맞춤형 마케팅, AI 기반 고객 상담 등의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화학군은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및 분리막 소재 등 2차전지 핵심 소재 밸류체인 구축에 힘쓰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 소재(PE) 생산 및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4종(EC, DMC, EMC, DEC)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60만t, 2035년 180만t 규모의 청정 수소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글로벌 투자 및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3월 롯데케미칼에 인수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초격차 기술력과 한국,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 주요 거점 지역 확대를 기반으로 2025년 수주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