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이 탑승한 전동킥보드를 피하는 트럭(왼쪽), 전복된 트럭을 보고도 지나치는 여고생(오른쪽). /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처
여고생이 탑승한 전동킥보드를 피하는 트럭(왼쪽), 전복된 트럭을 보고도 지나치는 여고생(오른쪽). /사진=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캡처
한 트럭 운전자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를 달리던 중, 여자 고등학생이 탄 전동킥보드를 피하려다 트럭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이 여고생은 트럭이 전복된 모습을 보고도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가, 시민의 부름에 다시 돌아왔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여고생이 탄 전동킥보드 피하다 트럭 전복!'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좌회전하던 킥보드를 보고 급하게 방향을 꺾는 트럭 운전자.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좌회전하던 킥보드를 보고 급하게 방향을 꺾는 트럭 운전자.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제보자 A씨가 제공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일 새벽 2시께 대전 대덕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영상에는 A씨 차량 앞에서 킥보드를 타고 달리던 여고생이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다 1톤(t) 탑차 트럭을 마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트럭은 킥보드를 피하고자 핸들을 여고생이 있는 쪽과 반대로 꺾었고, 결국 전복됐다.
전복된 트럭과 킥보드에 내리지 않은 채 사고 현장을 벗어나는 여고생.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전복된 트럭과 킥보드에 내리지 않은 채 사고 현장을 벗어나는 여고생. 영상=유튜브 채널 '한문철 TV' 캡처
하지만 여고생은 킥보드에 내리지 않은 채 방향을 돌리더니 자리를 떠났다. 이를 본 A씨가 황급히 여고생에 소리쳤고, A씨는 돌아온 여고생과 함께 사고가 난 기사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A씨는 "신호는 트럭 쪽에만 있었고 황색 점멸신호였다"라며 "전동킥보드 쪽은 신호가 없었고, (여고생이) 멈추지 않고 좌회전하려다 트럭이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고 전복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트럭 운전자는 벨트를 매지 않았는지 조수석 쪽으로 떨어진 거 같았다. 유리창이 깨져 손으로 짚은 느낌이었고, 손이 골절된 거 같았다"며 "제가 바로 (트럭 운전자를) 구조하려고 119에 신고했고, 트럭 위로 올라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아서 안에 있던 기사님께 '창문을 열 수 있냐'고 물어보고 열린 창문으로 구조했다"고 전했다.

이를 본 한문철 변호사는 "트럭이 피하지 못했다면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사망할 수도 있었다"며 "과실 비율에 따라 전동킥보드에 탑승한 여고생이 많이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80% 이상 전동킥보드 과실로 보인다. 학생과 부모가 같이 물어줘야 한다"며 "트럭이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자차로 처리하고, 보험사가 구상금 청구해야 한다. 자기 차(보험)가 없으면 트럭 운전자가 여학생과 부모를 상대로 소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운전자는 만 16세 이상이 취득할 수 있는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여업체는 무면허자에게 기기를 대여해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에 '무면허 미성년자'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쉽게 킥보드를 빌릴 수 있어 안전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편리한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