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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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 하마스 간 분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뉴욕 월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처음 공격했을 때 투자자들은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가 급락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 수요가 몰려 국채금리가 하락하자, 이에 영향을 받은 증시는 오히려 연이틀 상승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 Fed)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팔 전쟁에도 주가 상승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장보다 134.65포인트(0.40%) 오른 3만3739.3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2.58포인트(0.52%) 상승한 4358.24로, 나스닥 지수는 78.60포인트(0.58%) 뛴 1만3562.84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것은 미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종가 기준 지난 6일 연 4.79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점차 떨어지면서 11일(현지시간) 오전 1시 30분 기준 연 4.640%를 기록 중이다.

미 국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 예상보다 길게 현재 금리 수준을 가져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려들면서 이에 맞춰 국채 금리도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체이스 인베스트먼트 카운슬의 피터 투즈 사장은 채권 금리 하락의 원인을 세계의 위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면서 국채 금리의 하락 폭은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9월 CPI가 변수


미 국채금리 하락은 Fed 인사들의 발언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전날 “장기 금리가 높은 기간 프리미엄으로 인해 계속 상승한다면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건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다만 12일(현지시간) 오전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관건이다. 월가에선 9월 CPI 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3.6%로 8월 3.7%에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근원 CPI 상승률 또한 8월 4.3%에서 9월 4.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분쟁 등으로 유가의 변동 폭이 컸다는 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월가 예상치 17만명의 두배에 가까운 33만 6000명을 기록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임금 상승률은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다.

한편, 미국인들은 향후 몇 년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연은의 9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들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중간값)은 3.7%를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6월 기록한 최고치 7.1%보다는 낮지만, 지난 8월의 3.6%보다는 소폭 높은 것이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이 3% 안팎을 기록하고, 5년 후에는 2.8%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Fed는 최근 경제전망에서 2025년까지 인플레이션이 2.2%로 떨어지고 2026년에는 2%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