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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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 아파트 등 공동주택 폐기물 선별장에 '플라스틱 분리배출 도우미'를 배치하겠다며 천억원 넘게 투입한 환경부의 정책이 사실상 세금 낭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 위기 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에 따른 '공공 및 청년 일자리(비대면·디지털 정부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재활용품 품질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리·배출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귀찮아서 그냥 버리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의 선별장에 '자원관리 도우미'를 배치하는 게 사업의 취지였다. 당시 비대면 소비의 증가로 급증한 플라스틱 분리수거의 순도를 높여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20년부터 2021년 2년간 1343억 8100만원 들여 취약계층 근로자 중심으로 2만 984명을 채용했다. 1인당 배정된 임금은 월 210만원이다.

하지만 환경부 조사 결과, 정작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리 배출해도 수거업체 측의 수거 과정에서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결국 한데 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별도로 수거 공간이 없는 수거 차량의 구조 탓이다. 결국 기껏 세금을 들여 공동주택 선별장에서 분리 작업을 한 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수거업체들이 영세해 전용 수거 차량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전용 수거 차량을 2~3대 운영하려면 1년에 7억원이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한국의 투명 페트병 수거율은 85%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분리수거를 해도 폐기물 수집 차량이 다른 폐기물과 한꺼번에 운반하기 때문에 선별장에 도착하면 투명 페트병은 사실상 쓰레기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박대수 의원은 “일자리 창출에 급급해 사업 효과를 따지지 않고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폐기물 수거의 구조적 문제로 분리수거가 무의미해지는 사례는 최근에도 지적받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5월 전국 처음으로 재활용품 중 플라스틱 품목을 기준 2종에서 5종으로 세분화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수거함은 5개가 아니라 기존대로 2개인 경우가 많았고, 애써 분류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정작 수거 업체 차량에서 한꺼번에 섞여 옮겨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제주시는 지난 9월 해당 정책을 철회했다.

자원관리 도우미 사업은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지금도 실시하고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