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지나간 PPI 발표…시장의 눈은 온통 CPI로 [나수지의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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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미국 증시 체크포인트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상승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19% 올랐고 S&P500은 0.43%, 나스닥은 0.71% 상승했습니다. 이 날 미국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지표는 9월 생산자물가지수, PPI와 FOMC 의사록이었습니다. 먼저 현지시간 오전에 발표된 9월 PPI는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9월 PPI는 전월대비 0.5%올라 전월의 0.7%보다는 낮았지만, 예상치인 0.3%는 웃돌았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 추세를 조금 더 정확히 보여주는 근원 PPI는 전월대비 0.3%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0.2%보다 높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데이터”라며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PPI 지표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미국 국채로 돈이 몰렸고, 채권 금리가 연일 급락하고 있습니다. 이 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09%가량 떨어진 4.56%에 거래됐습니다. 그간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했는데, 이 점이 해소되고 있는겁니다. 여기에 당장 내일 PPI보다 더 시장의 주목을 받는 데이터인 소비자물가지수, CPI 데이터가 발표된다는 점도 시장이 PPI 지표에 관심을 덜 기울인 이유입니다.
시장은 이제 현지시간 12일 발표될 소비자 물가지수, CPI 데이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9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대비해서는 3.6%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근원 CPI는 전월대비 0.3%, 전년대비 4.1%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JP모간은 내일 CPI 결과를 두고 추정치인 0.3%에 부합할 확률을 45%가량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S&P500이 0.4~0.7%가량 오를 것이라는 게 JP모간의 전망입니다. 다음으로 높게 보는 시나리오는 예상보다 물가가 높게 나올 경우입니다. 예상치는 0.3%인데 이보다 높은 0.4~0.6%정도가 나온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채권금리 급등, 주식시장은 1%안팎 떨어질걸로 봅니다.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한지 여부를 두고 연준 위원들의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많은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추가 인상이 필요하지 않고, 지금 수준의 고금리를 얼마나 오래유지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FOMC에서 공개된 점도표를 통해서도 예상된 결과입니다. 지난달 공개된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의 3분의 2는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올려야한다고 점을 찍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지금을 금리 정점으로 판단했습니다. 의사록 공개 이후 시장은 11월 FOMC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더 높여잡았습니다. FED워치에서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하루 전 86%에서 이 날 91%까지 올라갔습니다. FOMC 의사록 내용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던데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이 정도 채권 금리 수준이라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없다는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이 날 시장에서 주목받은 특징주로는 엑슨모빌이 있었습니다. 엑슨모빌은 셰일오일 시추업체인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를 595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올해 발표된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대규모입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파이오니어 주가는 1.4% 상승했고 엑슨모빌 주가는 3.6% 하락했습니다.
또 다른 특징주로는 독일의 신발 브랜드인 버켄스탁이 있었습니다. 버켄스탁은 간밤 미국 증시에 첫 데뷔했는데요. 공모가는 46달러로 회사의 희망 가격인 44~49달러의 중간 수준이었습니다. 상장 첫 날 버켄스탁은 이 날 12.61% 떨어진 40.2 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버켄스탁 상장 전부터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었습니다. 버켄스탁의 공모가 기준 86억달러로,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가운데서는 크록스보다 시가총액이 높은 수준입니다. 올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한 ARM 인스타카트 주가가 상장 후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 버켄스탁까지 초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IPO 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