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서/사진=필굿뮤직
김형서/사진=필굿뮤직
배우 송중기의 첫 누아르, 신예 김창훈 감독이 첫 장편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대받은 작품, 영화 '화란'을 소개하는 키워드는 다양하지만,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발견으로 김형서를 꼽는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서는 '비비'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인물. '제2의 윤미래'라 불릴 정도로 랩과 노래 모두 능하며 MZ세대를 대변하는 뮤지션으로 불렸던 비비는 스크린 안에서 날것의 살아 숨 쉬는 그만의 연기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정작 김서형은 "스크린에 들어가 '제대로 좀 하라'고 때려주고 싶었다"면서 웃었지만, 함께 출연한 송중기도 극찬했을 만큼 김형서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시작은 '의외'였다. 김형서는 "회사에서 '너는 가수인데 이게 너에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왔어'라며 가볍게 던져주셨는데, 저는 너무 재밌을 거 같았다"면서 "그때 오디션을 본 건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의 '벌크'라는 작품이었고, 그때 '화란'에서도 하얀 역을 찾는다고 하셔서 같이 보고,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연달아서 하게 됐다"면서 설명했다.
/사진=영화 '화란' 스틸
/사진=영화 '화란' 스틸
국내 누아르 장르를 대표하는 제작사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게 되면서 "김형서가 사나이픽쳐스와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도 "저도 그 얘길 들었다"면서 웃으면서 "전혀 관련이 없고, (한재덕) 대표님이 제가 예전에 SBS '더 팬'에 출연했을 때 '편지'를 부르는 걸 보고 인상이 깊었다는 얘길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회사 A&R 담당자님 아버지와 (한 대표가) 조기축구를 오래 하셨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뭐야'라는 생각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수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연기에 도전장을 낸 이유에 대해 "재밌어 보였다"는 답을 내놓았다. "어릴 때부터 음악보다 영화, 영상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고, 연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재밌겠다',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는 것. 그러면서 "우연히도 이런 일이 생겨 발을 내딛게 됐다"면서 미소를 보였다.
김형서/사진=필굿뮤직
김형서/사진=필굿뮤직
2021년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모교'에 출연하긴 했지만, 김형서는 자신의 첫 주연작으로 '화란'을 꼽았다. 김형서는 "그땐 대사도 거의 없고,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됐다"며 "거의 카메오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엔 고등학생 역할이고, 부모님의 재혼으로 맺어진 남매지만 티격태격한다는 설정인 만큼 저와 제 동생의 관계를 많이 생각했다. 그래도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화란'은 가정폭력으로 지옥 같은 삶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년 연규(홍사빈 분) 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는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의 연대와 처절한 운명을 그린 영화다. 김형서가 연기한 하얀 역은 자신에겐 자상하지만, 재혼으로 얻은 아들에겐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로 인해 연규에게 항상 미안함을 가진 캐릭터다. 엄마마저 포기한 폭력에 맞서 연규를 보호하고, 마지막까지 그를 돕는 조력자이다.

이전까지 한 번도 연기를 배운 적이 없다는 김형서는 "막상 캐스팅됐다고 하니 회사에서도 '우린 힙합 레이블인데, 여자 가수도 벅찬데 연기를 한다고 하니 어떡하나' 하셨다"며 "'연기학원을 보내줘야 하나'라고 고민하셨던 찰나에 한 대표님이 '배우지마'라고 하셔서 그냥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할 땐 리드미컬하게 '간쥐'나게 흘리는 느낌으로 발음했는데, 대사를 할 땐 또박또박해야 하니 그걸 고치는 것도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화란'을 보시고 (타이거)JK 사장님은 '와' 하시고, (윤)미래 언니는 '넌 연기도 잘할 줄 알았어'라고 해 주셨다"면서 돈독한 관계임을 드러냈다.
/사진=영화 '화란' 스틸
/사진=영화 '화란' 스틸
김형서는 지난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 중 번아웃을 호소하며 "쉬고 싶다"고 오열해 논란이 됐다. 은퇴설까지 언급됐고, 소속사에서 김형서를 학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형서는 "지난해 다이어트를 하느라 너무 힘들었고,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며 "그런데 제가 갖고 싶던 평온함은 평범하게 산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부와 명성, 어떤 상황과 관계없이 제가 평온할 수 있다면 평온한 거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해 주셔서 이제 그런 모습은 최대한 보여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나"라며 "감정에 솔직하지 않으면 창작활동을 못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감정을 표출하고 다스리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노력하고 있던 김형서였다. 김형서는 "클라이밍을 접한 후 일주일에 3번, 한번 할 때마다 3시간 씩 해서 총 9시간을 꼬박꼬박했다"며 "밥도 제가 잘 지어 먹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연기'가 그의 삶에 "위로와 위안이 되고 있다"며 "연기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도파민이 계속 나오는 거 같다"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첫 영화 주연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던 김형서는 "정말 아름다운 날씨에 만화에서만 보던, 백작 영애가 돌아다닐 것 같은 공간에 스포트라이트와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다"며 "제가 잘해서 이곳에 온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험블'(humble, 겸손한)한 드레스를 입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고 그때의 기억을 전해 폭소케 했다.

"첫 작품부터 칸에 간 건 대단한 것"이라고 치켜세우자, 김형서는 "제가 세복이 좀 있다"면서 웃었다. 이어 "제가 사주를 좀 믿는 편인데, 내년엔 더 잘 풀린다고 해서 더 기대하고 있다. '벌크'도 내년에 공개되고, 제 앨범도 나온다"면서 기대를 당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