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세권·초품아·대단지…'고스펙'인데 국평 6억대라고요?
“실거주하기 좋아요. 지하철역과 학교가 단지와 바로 붙어 있고 학원, 병원, 은행 등 편의시설도 다 갖춰져 있어요.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서울 강북구 미아뉴타운 A 공인중개 관계자)


요새 전용면적 84㎡ 기준 10억원을 넘지 않는 서울 아파트를 찾기 힘들다. 경기 광명에서 신규 분양하는 전용 84㎡ 가격이 11억원대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국평(국민평형)이 6억원대에 거래되고 최근 매수자가 몰리고 있는 단지가 있다. 역세권과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3000가구 넘는 대단지 등의 조건을 모두 갖췄는데도 말이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SK북한산시티 얘기다.

‘대단지·초품아·역세권’ 다 갖춰


2001년 입주한 SK북한산시티는 383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임대 아파트를 합하면 총 5327가구에 달한다. 지금은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에 뺏겼지만, 집들이 당시만 해도 서울 최대규모 단지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벽산라이브파크(1585가구), 두산위브트레지움(1370가구) 등 인근 대단지와 함께 드넓은 아파트촌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경. 우이경전철 솔샘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다. 한경DB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전경. 우이경전철 솔샘역이 단지 바로 앞에 있다. 한경DB
교육시설도 다양하다. 127동과 128동 바로 아래에 삼각산초와 삼각산중이 있다. 솔샘로 건너편엔 미양초도 있다. 대일외고와 서경대도 가까이에 있다. 단지 근처에 학원도 꽤 많은 편이다. 단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북한산을 뒤에 두고 있어 조용하고 쾌적한 ‘숲세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아이 키우기 나쁘지 않은 환경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위 대형마트로는 롯데마트 삼양점, 롯데백화점 미아점 등이 있다.
서울 역세권·초품아·대단지…'고스펙'인데 국평 6억대라고요?
다만 서울 외곽이라 부모들이 출·퇴근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2017년 단지 바로 앞에 우이신설선 솔샘역이 개통하면서 교통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성신여대입구역(4호선), 보문역(6호선), 신설동역(1·2호선) 등 환승역을 3~5정거장 안에 도달할 수 있다. 그전엔 버스를 타고 서울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으로 이동해 지하철을 타야 했지만, 단박에 역세권 단지가 됐다.

전용 84㎡가 6억원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의 전용 84㎡ 16층짜리가 지난달 6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저층인 4층 물건은 같은 달 6억3000만원에도 손바뀜했다. 전용 59㎡ 보통 5억원대인데 6억원대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 지난달엔 11층 물건이 각 5억6800만원, 6억1000만원에 팔렸다. 전용 114㎡ 시세는 지난 8월까지만 7억원대였는데, 지난달엔 8억6500만원에 손바뀜한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 역세권·초품아·대단지…'고스펙'인데 국평 6억대라고요?
저렴한 가격 덕분에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거래도 증가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 단지의 거래량은 52건으로 헬리오시티(68건), 양천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54건)에 이어 서울 거래량 3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에만 25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연초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값이 뛰고 있는 상황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공급 중단(9월)을 앞두고 매수세가 확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지 근처에서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라 생활 인프라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삼양로를 기준으로 왼편의 길음·미아뉴타운은 이미 아파트 조성이 완료됐다. 하지만 오른쪽 미아 2~4 재정비촉진구역은 아직 노후 주택가다. 현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일대가 4000여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미아사거리역에 경전철 동북선이 들어서는 것도 미아동 일대 호재로 꼽힌다.

지옥철·단지 내 경사는 아쉬워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데는 그 이유가 분명히 있는 법이다. 역세권 단지라고 하지만 우이신설선은 2량짜리 미니 전철이라 2·5호선 역세권 단지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침엔 ‘지옥철’을 각오해야 한다. 서울 핵심지역을 통과하지도 않는다. 2호선 신설동역에 정차한다고 하지만 신설동역은 지선이 다니는 곳이다. 을지로나 종각까진 40분 정도 걸리지만 강남역까진 1시간 넘게 잡아야 한다.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내부 모습. 단지 내 경사가 있는 편이다. 한경DB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내부 모습. 단지 내 경사가 있는 편이다. 한경DB
차로 출퇴근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미아와 길음 일대는 교통체증이 심각한 지역으로도 꼽힌다. 단지 내 경사가 심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언덕 때문에 실제 생활이 불편하다는 후일담이 적지 않다. 이 단지에 직접 적용되는 뚜렷한 개발 호재가 잘 안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전용 84㎡가 7억원을 넘긴 적이 있는데, 실거래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내려오는 모양새다.

투자 가치는 어떨까. 이 단지의 전용 84㎡는 2021년 11월 8억9000만원을 찍은 바 있다. 지금 시세가 전고점 대비 2억원가량 낮은 가격인 만큼, 시세차익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워낙 대단지인 만큼 거래가 꾸준히 발생한다는 건 장점이 될 수 있다. 임차 수요도 꾸준하다는 평가다. 전세 시세는 3억 후반~4억 초반(전용 84㎡ 기준) 수준이다.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동쪽으로 바로 붙어 있는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의 현재 가격은 8억원 초반대다. 래미안트리베라( 전용 84㎡도 지난 8월 8억170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연식과 입지의 삼각산아이원(1344가구)도 전용 84㎡가 7억원 초반으로 SK북한산시티보다 비싸다. 이웃한 성북구 길음뉴타운의 래미안 단지들의 시세는 10억원을 넘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