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 큰손’ 런던 총집합… 호텔 일반 객실도 100만원 넘어 [여기는 프리즈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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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0주년 프리즈 런던에 가다
하룻밤 호텔값 100만원까지 치솟아
서너달부터 숙박 식당 선점하려 전쟁
어지간한 식당은 예약 없인 맛도 못 봐
"한국에서 온 VIP들만해도 300명 넘어"
경기침체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보여
다음 주부터는 파리에서 '아트바젤 파리'
"세계 최고 아트페어 차지하기 위한 전쟁 치열"
하룻밤 호텔값 100만원까지 치솟아
서너달부터 숙박 식당 선점하려 전쟁
어지간한 식당은 예약 없인 맛도 못 봐
"한국에서 온 VIP들만해도 300명 넘어"
경기침체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보여
다음 주부터는 파리에서 '아트바젤 파리'
"세계 최고 아트페어 차지하기 위한 전쟁 치열"
"10월에 런던에 오려면 적어도 3~4개월 전부터 계획을 짜야 해요. 조금만 늦었다간 괜찮은 호텔과 식당은 모조리 예약돼버리거든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부의 리젠트파크. 이곳에서 만난 이탈리아 컬렉터 프란체스카는 핸드폰에 있는 캘린더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해머스미스, 패딩턴, 킹스크로스 등 주요 시내의 5성급 호텔들은 몇 주 전부터 빈 객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숙박료가 하루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등 평소보다 2배가량 가격이 올랐는데도 객실은 '완판'이었다.
비싼 값에도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10월 런던'을 필수 여행지로 꼽는 이유는 하나. 세계적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프리즈 런던'이 매년 이 기간에 열리기 때문이다. 11일부터 닷새간 개최되는 올해 행사는 프리즈 런던에게 특히 중요한 해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스위스 유명 컬렉터 울리 지그 등 정치·예술계 '거물'부터 에밀리 블런트, 라미 말렉 등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이날 일제히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리젠트파크로 모인 이유다.
VIP 오프닝인 이날도 거대한 천막 안에 마련된 40개국, 166개 갤러리 부스는 미주,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컬렉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가 프리즈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선보인 신작으로 채워진 가고시안의 부스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 했다.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최근 미술시장엔 그늘이 드리워졌지만, 프리즈 런던의 '체감 인기'만큼은 '호황'을 방불케했다. 프리즈가 초청한 VIP로 입장객을 제한했는데도 공원 앞에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프리즈 런던 관계자는 "한국만 해도 기업 회장, 컬렉터 등 300명이 넘는 VIP들이 왔다"고 했다. 첫날부터 수십억원대 판매 '낭보'가 이어졌다. 하우저앤워스는 프랑스 조각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300만달러(약 40억원)짜리 조각을 포함해 여러 점을 팔았다. 페이스갤러리가 공원 야외에 전시한 루이스 네벨슨의 조각은 200만달러(약 2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오픈 직후 바로 팔려나갔다. 국제갤러리가 가져온 박서보의 '묘법'은 43만달러~51만6000달러(약 5억7000만원~7억원)에, 갤러리현대 부스에 걸린 신성희의 그림은 15만달러(약 2억원)에 팔렸다.
프랑스 파리가 런던에 맞서 '아트페어 전쟁'에 참전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파리는 프리즈 런던이 끝나는 바로 다음주(18~22일)에 '파리 플러스'를 연다. 지난해 첫 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파리 플러스는 프리즈의 '라이벌'인 아트바젤이 파리의 토종 아트페어 '피악'을 인수하면서 새로 출범한 아트페어다. 파리시와 아트바젤은 이 행사를 앞세워 파리를 '세계 최고 아트페어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프리즈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아트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파리에 맞서 영국을 세계 예술의 최전선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런던과 파리 모두 역사가 깊고, 문화·예술 인프라가 촘촘한 만큼 '세계 최고 아트페어 도시'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런던=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북부의 리젠트파크. 이곳에서 만난 이탈리아 컬렉터 프란체스카는 핸드폰에 있는 캘린더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해머스미스, 패딩턴, 킹스크로스 등 주요 시내의 5성급 호텔들은 몇 주 전부터 빈 객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숙박료가 하루에 100만원이 훌쩍 넘는 등 평소보다 2배가량 가격이 올랐는데도 객실은 '완판'이었다.
비싼 값에도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10월 런던'을 필수 여행지로 꼽는 이유는 하나. 세계적 아트페어(미술품 장터)인 '프리즈 런던'이 매년 이 기간에 열리기 때문이다. 11일부터 닷새간 개최되는 올해 행사는 프리즈 런던에게 특히 중요한 해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스위스 유명 컬렉터 울리 지그 등 정치·예술계 '거물'부터 에밀리 블런트, 라미 말렉 등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이날 일제히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리젠트파크로 모인 이유다.
◆20주년 프리즈, 첫날부터 수십억대 판매
2003년 시작한 프리즈 런던은 '다른 아트페어보다 젊고, 신선한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영국 미술 평론가 어맨다 샤프와 매슈 슬로토버가 만든 행사다. 처음엔 돈이 없다 보니 공원에 천막을 치는 식으로 시작했는데, 20년 사이에 9만 명 이상(지난해 기준)이 찾는 국제적 행사로 거듭나면서 '천막 부스'가 프리즈의 '시그니처'가 됐다.VIP 오프닝인 이날도 거대한 천막 안에 마련된 40개국, 166개 갤러리 부스는 미주, 아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컬렉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가 프리즈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선보인 신작으로 채워진 가고시안의 부스는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 했다.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최근 미술시장엔 그늘이 드리워졌지만, 프리즈 런던의 '체감 인기'만큼은 '호황'을 방불케했다. 프리즈가 초청한 VIP로 입장객을 제한했는데도 공원 앞에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프리즈 런던 관계자는 "한국만 해도 기업 회장, 컬렉터 등 300명이 넘는 VIP들이 왔다"고 했다. 첫날부터 수십억원대 판매 '낭보'가 이어졌다. 하우저앤워스는 프랑스 조각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300만달러(약 40억원)짜리 조각을 포함해 여러 점을 팔았다. 페이스갤러리가 공원 야외에 전시한 루이스 네벨슨의 조각은 200만달러(약 27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오픈 직후 바로 팔려나갔다. 국제갤러리가 가져온 박서보의 '묘법'은 43만달러~51만6000달러(약 5억7000만원~7억원)에, 갤러리현대 부스에 걸린 신성희의 그림은 15만달러(약 2억원)에 팔렸다.
◆런던 vs. 파리, 누가 최고 될까
아트페어가 잘 되면 갤러리만 이득을 보는 게 아니다. 이렇게 몰려온 VIP들이 약 일주일간 런던에서 머물면서 호텔, 지역 식당, 카페, 백화점 등에서 돈을 쓰기 때문이다. 국제컨벤션협회에 따르면 아트페어 등 마이스(MICE) 행사 참석자들은 일반 관광객에 비해 약 53%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지역지 이브닝스탠더드는 "지난 20년간 프리즈를 통해 런던은 외국 갤러리 유치,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봤다"며 "이번에도 프리즈를 찾는 관광객들로 수백만 파운드의 현금이 지역경제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했다.프랑스 파리가 런던에 맞서 '아트페어 전쟁'에 참전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파리는 프리즈 런던이 끝나는 바로 다음주(18~22일)에 '파리 플러스'를 연다. 지난해 첫 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파리 플러스는 프리즈의 '라이벌'인 아트바젤이 파리의 토종 아트페어 '피악'을 인수하면서 새로 출범한 아트페어다. 파리시와 아트바젤은 이 행사를 앞세워 파리를 '세계 최고 아트페어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프리즈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아트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파리에 맞서 영국을 세계 예술의 최전선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런던과 파리 모두 역사가 깊고, 문화·예술 인프라가 촘촘한 만큼 '세계 최고 아트페어 도시'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런던=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