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실감형 체험 공간 '열린마당' 16일부터 선보여
6m 높이 조형물·천장·벽 활용한 '관동별곡' 미디어 영상 눈길
1930년대 제비 다방·경성 거리…딥페이크로 되살아난 작가 이상
"저는 이상이라 합니다.

2023년 경성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이곳은 제비 다방인데요.

콜록, 콜록."
말쑥한 옷차림을 한 젊은 남성이 화면 너머에서 자신을 소개했다.

마침 시 한 편을 지었다는 그는 관람객을 바라보며 시구를 읊었다.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 기술로 태어난 작가 이상(1910∼1937)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최근 디지털 기술과 한국의 고전 문학을 더한 실감형 콘텐츠 체험 공간인 '열린마당'을 이달 16일부터 선보인다.

1930년대 제비 다방·경성 거리…딥페이크로 되살아난 작가 이상
'실감서재', '지식의 길'에 이어 국립중앙도서관이 선보이는 새로운 체험 공간이다.

정식 개관에 앞서 지난 11일 오후 찾은 본관 1층 열린마당은 'K-문학의 재발견 : 관동별곡'과 '작가와의 만남'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 중 '작가와의 만남'은 작가 이상과 그의 삶, 작품 세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제 배우의 연기에 이상의 얼굴을 덧입혀 완성한 '작가 이상'은 1930년대 그가 주로 생활했던 공간인 제비 다방, 건축기사실, 화실, 경성 거리 등을 마치 대화를 나누듯 소개한다.

여러 문인과의 교류, 기생 금홍과의 만남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1930년대 제비 다방·경성 거리…딥페이크로 되살아난 작가 이상
홍영미 사서사무관은 "이상은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멀티 미디어적 인물"이라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흥미로운 이가 누구일지 고민 끝에 정했다"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읽는 디지털 북'을 터치하며 이상 작품의 원문과 번역문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공간을 둘러본 뒤에는 이상이 활동했던 공간을 배경으로 작가와 4컷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작가와의 만남'이 생생한 경험으로 재미를 모색했다면 'K-문학의 재발견'은 전체 너비 39.2m, 높이 6.2m의 서가(書架) 조형물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아트가 인상적이다.

1930년대 제비 다방·경성 거리…딥페이크로 되살아난 작가 이상
도서관이 소장한 자료 6천여 점의 모형으로 꾸민 '지식의 물결'과 천장, 기둥, 벽면 너머로 조선시대 문인인 송강 정철(1536∼1593)이 쓴 가사 '관동별곡'(關東別曲)이 펼쳐진다.

영상은 정철이 45세 되는 해에 강원도 관찰사 직함을 받고 원주에 부임해 관동 지역의 주요 명소를 유람하는 과정을 경복궁, 금강산, 망양정 등의 모습과 함께 풀어냈다.

영상은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3시 30분 하루 두 차례 볼 수 있다.

홍 사무관은 "한국적인 선, 색채, 문양을 고전문학과 결합해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차별화된 콘텐츠"라며 "'관동별곡'에 이어 선보일 콘텐츠 주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1930년대 제비 다방·경성 거리…딥페이크로 되살아난 작가 이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