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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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군요." 최근 <자연에 이름 붙이기>이 국내 출간되자마자 온라인 서점에는 이런 독자들의 환영 댓글이 줄을 이었다.

책의 저자는 한국계 과학자이자 뉴욕 타임스의 과학 칼럼니스트 캐럴 계육 윤. 국내 처음 소개된 저자의 책에 독자들이 일찌감치 환호한 건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경이로운 책"으로 언급됐던 후광 효과 덕분이다.

2021년 국내 출간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직도 서점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까지 2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 이 책이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호평했는데, 당시 국내에 출간되지 않아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물고기들을 어류(魚類)로 싸잡아 분류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데 [책마을]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제목을 배반하는 책이다. 제목처럼 과학자들이 생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무리짓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지만, 이런 분류법이 오히려 자연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훼손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예측을 배반하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법이다.

'어류'는 배반 이야기의 핵심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생명의 질서를 진화적으로 올바르게 밝혀내면 '어류'라는 분류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생물들의 조상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그 조상이 파충류, 심지어 인간까지 또 다른 후손으로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 진화적으로 하나의 계통을 찾을 수가 없는 뜻이다.

"빨간 점이 있는 모든 동물을, 또는 시끄러운 포유류를 통합적인 단일 분류군으로 묶을 수 없듯이, 어류도 그런 단일 분류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들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에세이와 학술서를 현란하게 넘나들며 어류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독자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자연에 이름 붙이기> 진화 버전이고, 결국 조상 책은 읽을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품게 된다.

하지만 두 책은 종이 전혀 다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 개인의 서사, 자기고백적 이야기가 주요 축이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과학에 좀 더 집중한다. 정통 과학서에 가깝다. 칼 린나이우스, 찰스 다윈 등 분류학에 매달려온 과학자들의 역사부터 짚는다.

책은 과학이 수백년간 만들고 또는 폐기한 분류가 인류의 본능적 이해와 어긋난다고 말한다. 어류의 사례에서 보듯이. 역사적 분류를 하나 버리는 일은 과학자들에겐 성취일지 몰라도 비과학자들에겐 혼란의 시작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과학과 상식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인간에게는 생명의 세계를 인식하는 본능적 감각 '움벨트(Umwelt)'가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과학자들이야 "생명의 진화적 마디들을 따라 세계를 계속 조각해나가야" 하지만,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움벨트를 되찾고 생명의 세계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주장에 동의하느냐 여부가 이 책에 대한 판단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책이다. 온라인 서점에는 출판사도 다른 두 책을 묶어 파는 세트 상품이 올라와 있다. 두 책 모두 정지인 번역가가 한국어로 옮겼다. 번역가가 이들 책이 다루는 공통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도 두 책을 함께 읽기 좋은 이유 중 하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