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노인복지 예산의 약 80%가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기초연금 지급액이 불어남에 따라 취약계층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내년 기초연금 예산으로 20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 전체 노인복지 예산(25조6000억원)의 78.9%에 달한다. 이 비중은 2020년 78.5%에서 2021년 79.0%, 지난해 79.6%로 높아졌다. 올해까지 80.4%로 상승 추세였다가 내년에 소폭 하락할 전망이지만, 기초연금 지급액의 절대적 규모는 올해(18조5000억원)보다 약 2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 지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데다 기초연금액 자체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2014년 435만 명에서 내년 700만 명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초연금액은 2008년 제도 도입 당시 월 1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세 배가 넘는 월 32만3000원으로 불어났다. 내년 기초연금 지급액은 올해보다 3.3% 오른 월 33만4000원에 달한다.

문제는 ‘가난하지 않은 노인’도 기초연금을 타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자산이나 소득이 많은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인정액(단독가구 기준)은 2015년 월 87만원 이하였는데 올해는 월 202만원 이하로 높아졌다. 기초연금이 전체 노인복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다른 노인복지 사업을 펼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발간한 ‘경제정책 개혁 2023’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초연금 제도에 대해 “소득이 가장 낮은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이 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광범위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