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모 서비스 카카오 종목토론방
이미지=모 서비스 카카오 종목토론방
"엔씨소프트카카오. 국민 밉상 기업 1위는?"


전날 오후 어느 카카오 종목토론방에 이와 같은 내용의 투표창이 열렸습니다. 투자를 하다보면 관심·보유 종목에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기 마련인데요. 그럼에도 유독 미운털이 박힌 기업은 어디일지 꼽아보자는 취지인 겁니다. 전날 오후 11시30분 기준 주주들 540여명이 참가한 이 투표에선 카카오가 조금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중입니다.

종토방 댓글들을 비롯해 주변 주주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저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둘 다 체크할 순 없냐', '엔씨가 미운 것은 맞지만 투자자들 수시로 볶는 카카오보단 낫다. 엔씨소프트에 갖다 바친 청춘과 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다', '그래도 명색이 국민 메신저인데…카카오는 다시 일어서지 않겠나' 등 의견을 보였습니다.

고금리에 개별 악재도 가득…'토막난 주가'

한때 게임과 인터넷 업종의 대장주로 군림했던 이들 기업이 어쩌다가 이런 불명예를 얻게 됐을까요. 고금리 환경이 지금보단 미래에 더 큰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주'의 현재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금리 상승은 미래 수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이죠. 이달 4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88%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악재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개별로도 악재가 추가되면서 기업 이미지와 수급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 카카오의 종가는 4만3650원입니다. 올 2월 찍은 연중 최고가(7만1300원) 대비 약 39% 밀려난 겁니다. 2021년 6월 사상 최고가인 17만3000원 대비로는 약 4분의 1토막 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악재가 계속 더해지면서 주주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먼저 '오너리스크' 측면에선 지난달 13일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가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과 카카오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과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전날 첫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가가 15만원으로 회복할 때까진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던 남궁훈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스톡옵션으로 90억원대 차익을 챙기고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주주들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최근까지 열렸던 아시안게임에서도 카카오는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요.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남자축구 8강전 경기 당시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응원페이지 내 클릭 응원건수 약 3130만건 중 중국 응원이 93%를 웃도는 이상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여론 조작 논란이 일자 카카오 측은 "해외 IP 두 개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누리꾼들 사이에선 '여론 조작이 이렇게 쉬울 수 있는 것인가', '대형 포털이 쉽게 뚫리다니 카카오도 믿기 어렵다' 등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직 실적도 카카오의 편이 아닙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7% 증가한 2조2438억원, 영업이익은 4.3% 감소한 143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톡비즈·커머스 사업의 더딘 회복과 자회사 구조조정 비용 발생 등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엔씨소프트 주가도 처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전날 종가는 22만8500원으로 작년 말 기록한 연중 최고가(48만1000원)의 반토막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2021년 2월 장중 한때 104만8000원까지 치솟았단 점을 감안하면 주가는 무려 78% 밀린 상태입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 불패'의 공식이 깨지면서 이른바 '린저씨'(리니지하는 아저씨)들이 떠난 영향이 큽니다.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사업모델(BM)을 택한 점도 이용자들을 잃은 주된 이유입니다. 엔씨소프트는 2021년 11월 리니지W 이후 신작이 전무했습니다. 신작 스케쥴은 계속해서 밀렸고 리니지는 더이상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죠. 에프앤가이드 내 증권가 3분기 실적 추정치를 보면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밀린 4892억원을, 영업이익은 82% 감소한 263억원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리니지W와 리니지2M의 매출액이 각각 전년 대비 53%, 34%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기존 게임의 매출 둔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를 살릴 기회는 젊은 신작들일 겁니다. 증권가는 여전히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오는 11월 지스타에서 공개될 미공개 신작과 12월 중 출시될 '프로젝트TL'에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

반등세 탄 카카오·엔씨…추세적일까 일시일까

오랜 기간 우하향 그래프를 그려온 카카오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달 들어 반등세를 탄 상황입니다. 카카오는 지난 6일 장중 4만600원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가를 찍었지만 전날까지 7% 넘게 올랐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4일 장중 연중 최저가(21만2500원)를 기록했지만 이후 전날까지 7%대 오른 상황입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지금의 반등이 추세일지, 일시적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전망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성장주에 기회가 왔다고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일각에선 장기 급락분에 대한 일시 되돌림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분위기여서 성장주 전반적으로 디레이팅(저평가) 구간은 끝났다고 본다"며 "지금의 반등이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게임 업황은 모바일 게임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도달한 만큼 추가 상승까진 시간이 필요할 듯하며 인터넷 플랫폼주는 최악의 국면을 지난 만큼 성장 여력이 커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안정되면서 성장주 일부에서 반등 시도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실적 등 다방면에서 실망감을 준 종목들이 추세적으로 상승할 단계라 보는 것은 이르다"며 "향후 금리 방향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지금의 회복은 많이 빠졌던 부분에 대한 되돌림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옛말에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무섭단 얘기가 있습니다. 증권가는 "개별 악재들로 추락한 기업이미지는 개인뿐 아니라 외인과 기관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가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실적에 신경쓰고 내부통제를 강화해 '국민 비호감'에서 '호감'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면 주가 회복에도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