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 환율 100달러 아래로…기업 팔 비틀어 자본통제 나선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하락 일로를 걷던 루블화 가치가 반등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환율 안정 조치를 도입한 결과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현재 루블·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58% 내린 97.73루블 수준이다. 이달 들어 달러당 100루블을 넘어서며 하락세가 지속되던 루블화 가치가 반등한 것이다. 루블‧달러 환율이 100루블을 넘어선 건 3개월 만이다. 루블화 가치가 오르면 1달러에 상응하는 루블 액수가 줄어들면서 루블‧달러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는 25%가량 증발했다. 서방국들의 대러 경제 제재가 가해지면서 수출 수입이 쪼그라들고, 재정적자가 심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소폭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달러화와 비교하면 그 가치가 23%나 낮다.

러시아 정부가 수출 기업의 외화 수익에 대한 규제를 도입한 것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연료·에너지, 철·비철, 화학, 목재, 농업 등 43개 분야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 수익 일부를 의무적으로 국내 시장에 팔도록 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수출 기업들은 정부의 감독 아래 정해진 일정에 따라 외화 수익을 매각해야 한다.

이번 조치 시행을 총괄하고 있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이번 조치가 수출 기업들에게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령의 주요 목표는 통화 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율을 이용한) 투기의 기회를 제한하기 위한 장기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푸틴 대통령이 이 같은 자본통제 조치를 시행한 건 두 번째다. 개전 4일 후 러시아는 주요 수출 업체에 외화 매출의 최소 80%를 루블화로 전환하도록 지시했다. 3개월 후 규제 범위는 50%로 축소됐고, 그로부터 또 한 달 뒤 완전히 폐지됐다.

러시아 수출업계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와 더불어 금속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원유 생산자들에 대한 보조금 축소 등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지난 8월에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8.5%에서 12%로 3.5%포인트 대폭 올리기도 했지만, 서방의 대러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