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과 채권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장 우려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외투자금 두달연속 순유출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3년 9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14억3000만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 8월 -17억달러에 이어 두달 연속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주식 투자가 13억3000만달러 순유출되며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달 -9억1000만달러에서 유출 폭이 커졌다. 한은은 "중국의 경기 둔화,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 우려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가 잇달아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파악된다.

채권투자는 1억달러 순유출 됐다. 전달 -7억9000만달러에 비해 유출 규모는 축소됐다. 한은은 "대규모 만기도래가 있었다"면서도 "자금의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유출 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이 2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3~4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올들어서는 지난 5월 114억3000만달러가 순유입되는 등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였다.

달러 강세에 전세계 환율 상승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지난 8월말 달러당 1321원80전에서 11일 1338원70전으로 올랐다. 13일 기준으로는 1340원 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 기간 달러화지수는 2.1% 상승했다. 달러화지수는 주요 6개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다. 엔화(-2.5%), 파운드화(-2.8%), 유로(-2.0%), 원화(-2.2%) 등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원화의 변동폭은 전달에 비해 개선됐다. 원·달러 환율의 전일대비 변동폭은 3원50전으로 8월 5원50전에 비해 축소됐다. 변동률은 이 기간 0.41%에서 0.26%로 낮아졌다. 한은은 "달러화 강세로 환율이 상승했지만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되면서 상승폭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개선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상승폭을 낮췄다는 것이다.

주요국 국채금리도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8월말 연 4.11%에서 11일 연 4.56%로 0.45%포인트 올랐다. 긴축 장기화 우려로 연 4.8%대까지 올랐다가 이후 상승폭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금리 상승폭은 0.31%포인트를 기록했다. 미국보다는 작지만 독일(0.25%포인트), 일본(0.12%포인트)에 비해 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