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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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가 침체하며 '유럽의 병자(Sickman of Europe)'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독일의 중앙은행 격인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내년부터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12일(현지시간) 미 CNBC에 따르면 요아힘 나겔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럽의 병자'라고 불렸던 시기와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병자라는 표현은 1998년 독일 경제를 묘사하는 데 처음 사용됐다. 당시 독일은 동·서독 통일 비용으로 허덕였고, 실업률이 11%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독일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이 표현이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나겔 총재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노동시장을 보면 우리는 여전히 완전 고용 수준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9월 실업률은 5.7%다. 그러면서 "우리가 뭔가를 해야 하는 점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겔 총재는 또한 "올해는 (경제가) 좋지 않다"며 "내년에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연방은행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0.3%를 기록한 후 내년엔 1.2%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IMF 전망치보다 높다. 최근 IMF는 내년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2%다.
독일 중앙은행 총재 "'유럽의 병자' 아냐…올해 어렵지만 내년 경제 회복"
독일은 올해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점쳐지는 국가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 -0.4%(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 -0.1% 성장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가 2분기엔 0%로 겨우 제자리걸음했다.

독일의 물가가 진정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나겔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지만 있지만, 어느 정도 길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3% 상승하며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아직은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에 빠진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중국발(發) 수요 둔화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기조가 겹치면서 제조업이 크게 위축됐다.

한편 이날 ECB가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에르 분시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 상승의 지속적인 충격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며 "인플레이션이 우리 예측보다 높으면 더 많은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