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기간이던 지난 3일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혁 기자
중국의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기간이던 지난 3일 서울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혁 기자
중국 정부가 6년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 관광을 허용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단체 관광 재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의 수가 줄었고, 중국 여행 트렌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주류가 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옮겨가며 수혜 상권과 업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커, 1월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

지난 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1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5만9659명으로 전달(22만4805명)과 비교해 15.5% 늘었다. 지난 1월(2만4946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대유행(2020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10만명을 돌파했던 지난 4월(10만5697명)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입국 규제 완화 등으로 지난해 여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다른 국적 관광객들과 달리 올 들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행업계는 이같은 추세가 통상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달에도 계속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한국 단체관광 재개 효과가 본격화되고 한국 정부의 비자 발급 간소화, 중국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등의 요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국경절 연휴 기간에만 7만5000명 이상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온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국경절 연휴 기간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만7698명일 것이라 추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지난 2019년 국경절 연휴 기간(2만2697명)과 비교해도 80% 가까이 회복한 수준이다.

분명 늘었는데...'유커 효과'는 여전히 미미

서울 명동 거리 상가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한자로 작성한 간판과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뉴스1
서울 명동 거리 상가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한자로 작성한 간판과 안내문들이 붙어 있다./ 뉴스1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을 기다리던 유통 업계의 표정은 업종별로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인들의 여행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링허우(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90년대생)’로 불리는 중국 MZ세대를 중심으로 단체관광 보다는 개별여행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혜 상권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에 중국인들이 선호하던 이대·신촌·동대문 보단 성수동·가로수길 등지의 상권이 대표적이다. 지난 6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난 쑨린 씨(30)는 “가로수길이 한국 젊은층 사이에서 ‘핫플’로 꼽힌다고 해서 왔다”며 “여러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들과 예쁜 카페도 많아서 사진 찍기도 좋아서 외국인 관광객들만 넘쳐나는 명동보다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단체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한·중 여객선 탑승률은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12일 운항이 재개된 중국발 여객선 4척의 탑승률은 평균 20% 미만에 그쳤다. 인천과 중국 칭다오를 항로의 경우 정원 660명 규모의 여객선이 37차례 운항했으나 최고 탑승률은 18%에 그쳤다. 당초 지난달이나 이달부터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던 중국 롄윈강·잉커우·다롄·친황다오 등 4개 항로의 운항 재개 일정은 미뤄진 상태다. 이는 탑승객 수가 지난 8월 93만1000여명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전이던 지난 2016년 8월의 절반 수준까지 회복된 한·중 양국 간 항공노선과는 상반된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직후인 지난 8월24일 오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이 단체여행을 기획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직후인 지난 8월24일 오후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이 단체여행을 기획했다./ 연합뉴스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면세업계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단체관광의 회복 속도가 더디며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는 데 있다. 이달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1조1365억원으로 지난해 8월과 비교해도 27.6% 줄었다. 면세접 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8월(3만248명)과 비교해 758.4%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국경절 연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본격적인 재개 효과는 내년이 지나야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여행을 하는 개별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편의점은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가 전체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 CU의 해외 결제수단 이용건수는 전월대비 53.4%, 전년동월 대비 178.6%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과 비교해도 70.7% 늘어났다. 같은달 GS25의 위챗페이 결제건수도 전월대비 75.8%, 전년동월 대비 195% 늘어났다. 알리페이 결제건수 역시 전월대비 56.4%, 전년동월 대비 78.4% 늘었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의 알리페이 결제건수 역시 전월대비 50%, 전년동월 대비 150% 늘었다.

부족한 국내 인프라도 문제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2일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쇼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2일 서울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쇼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년5개월 새 바뀐 국내 상황도 대규모 단체 관광 재개를 가로막고 있다.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중국인 관광객만을 전담하던 국내 랜드사(현지 여행 전문 여행사)들이 대거 폐업한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크게 줄어든 전세버스 기사와 중국어 가이드 인력도 큰 걸림돌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장 국내 인프라가 예전처럼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수용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국내 물가는 코로나19 이후 크게 올랐는데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2019년 이전 수준의 가격을 맞추길 요구하다보니 안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싼커 중심으로의 여행 트렌드 변화를 일시적인 걸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미리 여행정보를 검색·예약할 수 있고 번역 앱으로 언어 장벽도 많이 낮아지며 개별 단위의 자유여행이 늘어나는 건 글로벌 트렌드기 때문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의 단체 관광 재개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3~6개월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직 재개 효과를 논하기엔 이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처음엔 단체관광으로 가다가 해외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개별 여행 위주로 전환되는 건 한국과 일본도 거친 글로벌 트렌드라는 점에서 면세·여행 업계의 빠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