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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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신의 경영진이 다시 한번 교체됐다. 닐 워마 대표가 지난 12일 사임하면서다. 올해에만 두 번의 대표이사 변경 공시가 났다. 제넥신은 창업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업화에 성공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없는 만큼 이전과는 다른 사업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닐 워마 제넥신 대표는 1년 6개월만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 12일 제넥신은 “일신상의 이유로 닐 워마 대표가 사임한다”며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냈다. 가족이 미국에 있는데 계속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파이프라인 해외 승인 가속화 등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선임됐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어 사실상 해임조치를 당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바이오 벤처가 외국인 CEO를 앉힌 사례는 제넥신이 처음이다. 닐 워마 전 대표도 개인적으로 제넥신에 애정을 갖고, 한국 바이오 기업이 미국에서 ‘한가락’하는데 미국인으로서 이바지하겠다며 역할을 하려 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 시장이 얼어붙고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운이 안 좋았다는 평이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닐 워마는 제넥신에 와서 의미있는 인수합병(M&A)도 하고, 회사의 새로운 모습을 만드는게 목표였다”며 “하지만 주식 시장이 바로 안 좋아지고, 펀딩도 안 됐고, 그 와중에 경영전략 측면에서 별다른 돌파구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최대주주인 한독 김영진 회장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외부요인이 좋지 않았고,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넥신은 2021년 3월부터 이달까지 2년 6개월간 대표이사 변경공시만 5번을 냈다. 성영철 창업주가 2년 전 물러나고, 노바티스에서 글로벌 마케팅 등을 담당했던 닐 워마 전 대표가 CEO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후 대표 자리에 합류한 홍성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당분간은 단독대표 체제를 이어가지만, 조만간 새로운 CEO를 다시 영입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제넥신의 핵심 파이프라인에는 자궁경부암 백신 GX-188E, 장기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는 불투명한 단계다. 제넥신이 창업한지 25년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결과다. 현재 인도네시아 허가당국에 품목허가 신청을 해 놓은 지속형 빈혈치료제 GX-E4의 승인이 난다면 첫 상업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후 한국 호주 및 아시아 5개국, 유럽으로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제넥신이 더 이상 파이프라인에 기댈 게 아니라 회사 체질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5년이 지났는데도 상업화에 성공한 파이프라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과감히 회사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3일 15시 25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