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건물 50개 넘어 문제 없다는 중개사 말에 속아 계약"
대책위 "정부, '선구제 후회수' 방안으로 신속히 피해 구제해야"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피해자들이 13일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 실질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며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수원 전세사기' 의혹 피해자들 "실질적인 구제 방안 마련하라"
이번 사건 피해자 등이 모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8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수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요구했다.

이 사건 임대인인 정모 씨의 법인이 보유한 건물에 전세로 살고 있는 임차인 이모(33) 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를 호소했다.

이씨는 1억 9천만원에 정씨 법인과 전세 계약을 맺어 오는 12월 만기를 앞두고 있었으나, 현재까지 정씨와 연락 두절 상태라고 한다.

그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했지만, '집 주인이 건물을 50개 넘게 갖고 있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중개사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알고 보니 정 씨가 같은 건물의 여러 세대를 2~3개로 나눠 공동담보로 묶은 뒤, 각각 7억원, 14억원 등으로 '쪼개기 대출'을 받은 거였다"고 했다.

이어 "한 건물에 근저당이 이렇게 많이 잡혀 있는 줄 알았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텐데 다른 세대의 근저당은 확인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이상 아무리 알아본다고 해도 전세사기를 쉽게 구별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피해자들 중 임대차 계약 당시 특약사항에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할 시 계약을 파기한다'는 조항을 걸었으나 강제력이 없는 탓에 예외 없이 피해를 보게 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 애초에 '근저당, 임차권 등 선순위 권리로 인해 경매 등이 실행될 경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지 못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을 넣어둔 경우도 있어 피해 구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책위는 이 사건 외에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위치한 이모 씨 소유의 건물들에서도 전세 계약기간 만료가 됐으나,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임대인 이씨도 수원시 일대에 빌라 여러 개를 보유하고 수십 세대와 전세 계약을 맺었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해외로 잠적한 상태이다.

이씨 건물에 1억7천만원의 전세 계약을 맺었던 A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상의 피해자로 인정받는 데 시일도 너무 오래 소요되고, 관련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비용도 부담돼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며 "부디 피해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피해자들을 먼저 구제한 뒤 추후 임대인 등으로부터 피해금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LH에서 피해 주택을 매입해 수익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준다면 임대인에게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보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정부에게는 예산의 문제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피해 전수조사, 피해지원센터 전문 인력 확충, 지자체의 관련 단속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시청 관계자 등과 피해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편, 대책위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정씨 일가가 소유한 건물은 법인 소유 포함 51개로, 피해가 예상되는 주택의 세대수는 671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건물과 관련한 예상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38세대 6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