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CJ ENM, KBS 사옥   /사진=연합뉴스
JTBC, CJ ENM, KBS 사옥 /사진=연합뉴스
방송가 곳곳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올 초 CJ ENM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0일 JTBC는 내부적으로 "부채가 3400억원대로 800%가 넘는다"며 "부채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내년에도 이 상태면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우리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희망퇴직 신청을 공지했다. 사장이 공석인 KBS 역시 남영진 이사, 김의철 사장 해임 이유로 '방만 경영'이 꼽혔다는 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KBS 2TV 민영화까지 언급되고 있다.

방송국은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으로 수년째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직장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10년 동안 지상파에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로 콘텐츠 사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방송국은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방송가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송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돈줄'인 광고 시장의 중심이 방송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

한국광고주협회가 올해 초 공개한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광고비는 15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매체별로 보면 방송광고가 4조2000억원이었고, 디지털 광고는 그의 두 배에 달하는 9조원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 11월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굵직한 국제 행사가 있었음에도 매출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이 올해는 1년 미뤄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곤 특별한 이슈가 없다 보니 성장보다 하락 폭이 더 크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송사의 영향력도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취업플랫폼 캐치가 최근 취업준비생 1386명을 대상으로 '방송국과 OTT 업계 중 더 취업하고 싶은 곳'에 관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 중 78%에 달하는 인원(1087명)이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OTT 업계를 선택했다. 이들은 OTT 업계 취업을 더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전망이 좋기 때문'(48%)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OTT를 자주 이용해서'(15%), '제작하는 콘텐츠 성격 때문에'(12%) 등의 의견이 있었다.

외부의 인식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위기론이 대두된 지 오래다.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종편으로 이직했던 연출자들도 각자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해 콘텐츠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KBS 간판에서 CJ ENM 이직 후 tvN의 부흥을 이끌었던 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PD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우정 작가가 설립한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적했고, KBS 2TV '불후의 명곡'을 만든 고민구 PD와 JTBC '효리네 민박' 정효민 PD는 스튜디오 모닥을 설립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불의섬', '성인물' 시리즈 등을 내놓았다. "CJ ENM에 입사해 20년 정도 일하다 퇴사했다"는 정종연 PD는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만든 '테오스튜디오'(TEO스튜디오)로 이적해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을 선보였다.

드라마 업계의 탈 방송사 흐름은 더욱더 거세다. 과거엔 조연출과 공동 연출을 거쳐 10년 정도 연차가 쌓인 후 단막극을 시작으로 미니시리즈 메인 연출을 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수편의 히트작이 쌓여야 방송사를 떠나 프리랜서 연출자로 활동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엔 메인 연출 데뷔 시기도 빨라졌을 뿐 아니라, '입봉'이라 불리는 메인 연출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전에 퇴사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KBS는 몬스터유니온, SBS는 스튜디오S,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등 제작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각 방송사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인력 유출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엔 각 방송사의 사정이 더 안 좋아지면서 이들 역시 연쇄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진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30% 감축안이 돌고 있다"고 귀띔했고, 또 다른 고위급 관계자 역시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바닥을 친 광고 매출을 보완하기 위한 타개책으로는 '수출'이 해법으로 꼽히고 있다. 예능은 해외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드라마는 수출이 잘되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것. 특히 최근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 해외 판매가 부진해 적자를 봤다는 소문이 방송가를 중심으로 돌면서 "수출이 잘되는 '로코', '한류스타'가 없으면 엎어지는 기획안이 부지기수"라는 한탄도 적지 않다.

한 방송사 예능 고위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어디 가서 앵벌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것"이라며 매출 압박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역시 "요즘 모 방송사에서는 회당 50만달러(한화 약 6억7000만원) 이상 못 파는 캐스팅은 가져오지도 말라고 한다"며 "시청률이 아무리 잘 나와도 해외 판권이 제대로 판매되지 않으면 적자"라고 현실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