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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가 소유한 건물이 너무도 노후화 됐고, 임대료 인상 또한 한번도 한 적이 없어서 수익률이 엉망입니다. 그래서 이 참에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하려고 하는데 기존 임차인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상황 분석

‘부동산 밸류업’ 즉, 리모델링 또는 신축을 하기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러가지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들어가 시너지를 내는 것이 ‘밸류업’입니다만 그 시작은 바로 임차인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임차인의 생존권과 임대인의 재산권이 충돌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과거처럼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에는 임차인의 지위가 상당 수준으로 높아졌고, 많은 학습과정을 통해 자신의 권리 주장을 펴는데 있어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한 임차인이 많아졌다는 걸 체감하게 됩니다.

이번시간에는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의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만일, 임차인분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절대 오해하지 마시고, 임대인들이 어떠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을지 상대방의 관점에서 학습을 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점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텅 빈 가게(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텅 빈 가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응 전략

우선 ‘명도’라는 단어가 상당히 강압적인 느낌을 주고 과거 무서운 조폭들이 무력을 행사해 쫓아낸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폭들을 동원해 선량한 임차인들의 생존권을 깨뜨리는 식의 방식은 불가능 합니다. 즉, 강제력과 무력이 아닌 ‘전략적인 접근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거죠.

임대인 입장에서 ‘명도’는 각 층별 임차인들이 담합해 대응하지 않도록 하나씩 조용히 처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명도한다는 소문이 나고 임차인끼리 정보교환을 한다면 아마도 원만한 명도를 위한 비용(합의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무력을 행사하거나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적인 잣대만으로 업무처리를 진행한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을 원망하게 되고 원만한 명도 진행이 어렵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 상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적·정신적·육체적인 피로감은 물론 금전적인 손해가 늘어날 수 있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평행선을 달리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임차인과 협상할 수 있는 ‘당근’을 충분히 준비했는지 사전 체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에게 상당기간동안 임대료를 인하해준다 거나, 아니면 신축 후 재입점을 보장해준다 거나, 또는 1년치 월세를 보장해주면서 퇴거합의를 요청하는 것들입니다.

아마도 임대인이 ‘당근’을 준비한다고 하면 임차인은 임대인과 협상을 할 때 합의금이라는 명목으로 (1) 영업권리 (2) 바닥권리 (3) 시설권리 등을 각각 산출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것입니다.

이때 영업권리라는 것은 말그대로 임차인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발생시키는 매출을 의미하고, 바닥권리는 임차인의 사업장 인근 상권에 형성돼 있는 자리 값을 말합니다. 마지막 시설권리는 임차인이 최초 입주하면서 투입한 인테리어와 공간디자인에 지출된 비용을 의미합니다.

실무적으로 임차인들은 위 3가지의 권리금을 합산하여 임대인과 협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임차인에게 ‘호의적인 관계’로 접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협상이 결렬되거나 임차인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임대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파악해야 합니다.

1. 부동산업체를 통해 각 층별 임차인 매장을 권리금을 지불하고 인수할 수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장을 인수하는 사람은 임대인이 아닌 실제 운영을 하려는 자영업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히려 무리하게 협상금을 요구하는 임차인의 명도비용보다 제3자로 접근하여 권리금을 주고서 인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 권리금 시세확인과 더불어 임차인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는 전략입니다.

2. 건물의 노후화를 명분으로 ‘구조안전진단’ 점검을 받고 최소한 D등급~E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이는 건물이 노후화되고 그로 인한 인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명분 하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임차인과 협의를 도출하는 방법입니다.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 소위 ‘아시바’라고 불리우는 가림막 설치, 소음, 분진, 민원 등이 필수적으로 발생됩니다. 따라서 임차인 매장에 유입되는 고객이 줄어들게 되고 이런 상황에 처한 임차인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의를 도출하기에 용이한 측면이 있습니다.
가림막이 설치된 건물(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림막이 설치된 건물(사진=게티이미지뱅크)
3. 내 건물에 입점한 임차인의 임대료 수준을 확인합니다.

먼저 서울시 기준 환산보증금 9억원을 초과{보증금+(월세X100)}하는 임차인들은 임대차기간이 만료됐을 경우, 임대료를 인상하는 상한선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습니다. 즉, 월세를 年 5% 범위내에서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지역 임대료 조사를 통해 기존에 받았던 임대가보다 상당히 높은 임대료로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환산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차인일 경우 임대인은 임대료 인상 예정이라는 의미가 담긴 ‘내용증명 우편’ 서신을 준비해 임차인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대비를 하는 것입니다.

4. 최근 임차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 소송’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기간이 지난 임차인일지라도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권리금 회수청구 보호규정은 별개로 보장됨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됐다 하더라도 나가지 않고 계속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며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허위의 임차인들을 데려와서 새로운 임대차 계약 체결을 할 테니 승인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때, 자칫 임대인이 임차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정당한 사유없이 거절하거나 미루는 경우 임차인들은 권리금 회수 청구기회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임차인이 이와 같은 요구를 할 경우 거절이 아닌 적극적인 협조의 의사를 표명하는 전략이 낫습니다. 이는 새로운 임차인과의 빠른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하고 직접적인 미팅을 통하여 진정성 여부를 파악해보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실무에서 부동산 밸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명도’라는 선결과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특히나 사회적 지위와 인지도가 있는 유명 연예인, 기업가, 인플루언서가 투자를 하게 될 경우에는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을 하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은 곧 금‘이라고 하지만 ‘명도’에 있어서는 서둘지 않고 상대방에게 급하지 않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합리적인 협상을 통해 절충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법의 잣대로만 접근해 임차인과 ’대립의 각’을 세워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너무 온유하게 접근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보상금이라는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낭패를 겪어서도 곤란하겠죠.

결국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 절충점을 찾아 합의하는 데까지 적절한 당근과 채찍전략이 병행하는 게 좋습니다. 임차인이든 임대인이든 어차피 분쟁을 겪는 동안에는 각자 에너지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명도’, 바로 여러 분의 해결과제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 landvalueu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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