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반응 좋다"…비싸서 안 팔리는 EV9, 해외선 통할까 [최수진의 나우앤카]
최근 국내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기아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본격적인 해외 판매를 앞두고 있다. 사전 계약 1만대 돌풍 이후 지지부진한 판매 흐름을 해외 시장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기아에 따르면 EV9은 지난 8월 2254대가 해외로 출고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408대)보다 약 5배 높다. 해외 판매 대부분이 유럽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4분기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지 초기 반응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12일 경기도 여주시 소재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미국과 유럽은 초기 론칭 상황인데 반응이 좋아서 기대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V9은 국내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월별 판매량은 △6월 1334대 △7월 1251대 △8월 408대 △9월 1163대로 다 합쳐 4000대를 겨우 넘는다. 앞서 EV6가 출시 이후 첫 3개월간 7300대가 판매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높은 가격이 판매량 부진의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림별 7337만~8169만원에 책정된 EV9은 보조금을 받으면 6000만원대 후반에서 7000만원대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동급의 내연기관차 팰리세이드(3896만원)나 카니발(3180만원) 등에 비하면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기아
지난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기아
지난 12일 기아 EV 데이에서 송 사장은 EV9의 부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8000만원 이상의 시장이 월평균 외산 1만1000대, 국내 2000대 정도 판매되고 있다"라며 "EV9 출시 당시 수입차를 선호하는 젊은 수요층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EV9의 해외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EV9이 해외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송 사장은 "EV9의 가격대가 국내에서는 최고급 가격대지만 해외 시장,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중상급 정도의 가격대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객층이 넓고 판매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EV9의 미국 판매가는 가장 저렴한 'EV9 라이트 후륜(RWD)'은 5만4900달러(약 7400만원)이며, 가장 비싼 'EV9 GT-라인 e-사륜(AWD)'은 7만3900달러(약 9960만원)다.

국내에서는 부진했던 EV9이 해외에서는 날개를 달 수 있을까. 기아는 EV9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 대수를 5만대로 잡은 바 있다. 송 사장은 "국내에서 기대만큼 판매되지는 않고 있지만, 라인업 측면에서 EV9이 가진 의미가 크다"라며 "플래그십으로서 최고 사양이 적용됐고, 향후 기아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