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법이 처벌하는 악플은 따로 있다
“지금은 손가락 살인의 시대다.”

<손가락 살인의 시대와 법>의 저자인 류여해 수원대 법학과 특임교수와 정준길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례는 수없이 많다. 연예인 설리와 구하라, 배구선수 김민혁, 인터넷 방송인 잼미 등 책에 거론된 사건 말고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저자들은 “온라인에서 누구나 악플러가 되고 스토커가 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책의 주된 내용은 명예훼손, 모욕,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여러 사례와 판례 해설이다.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모욕하는 게 나쁘다는 건 다 안다. 그런데 법으로 이를 처벌하려면 까다롭다. 2022년 불법 주정차한 자신의 차량을 신고한 사람에게 불만을 품고, 그 사람의 얼굴 사진을 첨부해 ‘신나게 온 동네 주차위반 신고하시는 열녀’라고 쓴 종이를 주택가 곳곳에 붙인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유죄를 받았다.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죄가 성립했다.

주변 사람들이 주어진 정보로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다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수도권 여당 C의원실 유부남 보좌관, 미혼 여비서’라고 해도 이들의 직업과 소속이 나오고, 그 무렵 여비서가 그만뒀다는 사정까지 나오면 국회 근무자나 주변 사람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법은 이를 ‘피해자 특정’으로 판단해 처벌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