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代 걸친 취미가 본업으로…"레고는 제 삶의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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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덴마크 레고그룹 시니어 디자이너
무역업 하던 조부·부모님이
수시로 레고 제품 선물해줘
건축사무소 설계실장 시절
딸 위해 만든 레고 해외 소개
레고 공인 작가로 활동하며
수차례 도전 끝에 입사 성공
이재원 덴마크 레고그룹 시니어 디자이너
무역업 하던 조부·부모님이
수시로 레고 제품 선물해줘
건축사무소 설계실장 시절
딸 위해 만든 레고 해외 소개
레고 공인 작가로 활동하며
수차례 도전 끝에 입사 성공
“레고는 제 인생의 ‘일기장’ 같은 존재입니다.” 이재원 레고그룹 시니어 디자이너(43·사진)는 조립 블록인 레고를 두고 자신의 삶과 뗄 수 없는 대상으로 묘사했다. 4대째 ‘레고 사랑’을 이어오는 만큼 “레고와의 인연이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됐다”고도 했다.
레고 애호가에서 출발해 덴마크 빌룬트 레고그룹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이 디자이너는 젊은 층에서 세칭 ‘덕업일치’(취미와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의 은어 표현)를 이룬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 디자이너는 레고와의 오랜 인연을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가 레고를 처음 만난 것은 영유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 이후 무역업에 나선 조부와 북유럽 국가 기업들과 사업을 한 부모가 국내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레고 제품을 자주 선물로 들여왔다는 것. “역사학을 공부한 아버지가 과거 유럽의 공성전이나 보병, 기마병들의 전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레고로 대형을 짜가며 설명해주시곤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취미로 만들던 레고 작품들은 그의 이력서가 됐다.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설계 실장으로 일하던 당시 딸을 위해 만든 작품(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 우연한 기회로 해외에까지 소개되자 ‘취미 이상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6년 ‘레고 디자이너’ 채용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그래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듬해 레고그룹 본사가 있는 빌룬트의 ‘레고하우스’ 개관 초대작가로 선정됐다. 2018년엔 LCP(레고 공인 작가) 엔트리 프로그램을 시작할 기회가 왔다. 1년간 활동한 뒤 공식 LCP로 거듭날 수 있는 과정이다. 레고 본사에서 공인 작가로 인정받는 LCP 프로그램은 현재 한국인 2명을 포함해 세계 19개국 23명이 활동하고 있다. 작품에 ‘LCP’ 로고를 넣을 수 있다.
이 디자이너는 LCP 시절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 장비 등 ‘오호장군’을 레고로 형상화했다. 그는 “무기 표현 등 고증을 위해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삼국지의 영감을 되살리기 위해 소설도 다시 읽었다”고 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잇달아 채용의 문을 두드린 끝에 지난 1월부터 레고 본사에 입사해 ‘취미 아닌 업(業)’으로 레고 창작 활동을 하게 됐다. 이 디자이너가 속한 그룹은 레고그룹 덴마크 본사에서 성인 레고 팬들을 위한 제품을 주로 만드는 ‘레고 아이콘(LEGO ICONS)’ 팀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완성품 길이가 1.3m에 달하는 ‘타이태닉’, 꽃다발과 다육식물을 레고로 재현한 ‘보태니컬 컬렉션’ 시리즈 등이 있다. 이 디자이너는 다른 이들과 협업해 제품 디자인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관해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말을 아끼면서도 “레고 성인 애호가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성인 팬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기반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레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겐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며 “레고도 건축처럼 고유의 ‘로직’이 있는 만큼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고 스케치하는 ‘기획 작업’이 탄탄하면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레고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세계 주요국에서 놀이를 통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위한 브랜드 차원의 캠페인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아울렛 등 7곳에서 오는 24일까지 릴레이 팝업 행사가 열린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레고 애호가에서 출발해 덴마크 빌룬트 레고그룹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이 디자이너는 젊은 층에서 세칭 ‘덕업일치’(취미와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의 은어 표현)를 이룬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이 디자이너는 레고와의 오랜 인연을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가 레고를 처음 만난 것은 영유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 이후 무역업에 나선 조부와 북유럽 국가 기업들과 사업을 한 부모가 국내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레고 제품을 자주 선물로 들여왔다는 것. “역사학을 공부한 아버지가 과거 유럽의 공성전이나 보병, 기마병들의 전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레고로 대형을 짜가며 설명해주시곤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취미로 만들던 레고 작품들은 그의 이력서가 됐다. 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설계 실장으로 일하던 당시 딸을 위해 만든 작품(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 우연한 기회로 해외에까지 소개되자 ‘취미 이상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취미가 직업이 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6년 ‘레고 디자이너’ 채용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 그래도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듬해 레고그룹 본사가 있는 빌룬트의 ‘레고하우스’ 개관 초대작가로 선정됐다. 2018년엔 LCP(레고 공인 작가) 엔트리 프로그램을 시작할 기회가 왔다. 1년간 활동한 뒤 공식 LCP로 거듭날 수 있는 과정이다. 레고 본사에서 공인 작가로 인정받는 LCP 프로그램은 현재 한국인 2명을 포함해 세계 19개국 23명이 활동하고 있다. 작품에 ‘LCP’ 로고를 넣을 수 있다.
이 디자이너는 LCP 시절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 장비 등 ‘오호장군’을 레고로 형상화했다. 그는 “무기 표현 등 고증을 위해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삼국지의 영감을 되살리기 위해 소설도 다시 읽었다”고 했다.
더 많은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잇달아 채용의 문을 두드린 끝에 지난 1월부터 레고 본사에 입사해 ‘취미 아닌 업(業)’으로 레고 창작 활동을 하게 됐다. 이 디자이너가 속한 그룹은 레고그룹 덴마크 본사에서 성인 레고 팬들을 위한 제품을 주로 만드는 ‘레고 아이콘(LEGO ICONS)’ 팀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완성품 길이가 1.3m에 달하는 ‘타이태닉’, 꽃다발과 다육식물을 레고로 재현한 ‘보태니컬 컬렉션’ 시리즈 등이 있다. 이 디자이너는 다른 이들과 협업해 제품 디자인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관해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말을 아끼면서도 “레고 성인 애호가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성인 팬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기반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레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겐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며 “레고도 건축처럼 고유의 ‘로직’이 있는 만큼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고 스케치하는 ‘기획 작업’이 탄탄하면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레고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세계 주요국에서 놀이를 통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들을 위한 브랜드 차원의 캠페인 ‘또 다른 이야기를 짓다’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아울렛 등 7곳에서 오는 24일까지 릴레이 팝업 행사가 열린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