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벨트' 넘어 수니파 맹주 사우디까지 접촉
싱크탱크 "팔레스타인 대의의 옹호자 자리매김 시도"
[이·팔 전쟁] "이란, 반이스라엘 전선 구축에 외교 총력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혼란스러운 와중 이란이 반(反)이스라엘 성향 국가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가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ISW는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11일과 12일 이스라엘에서의 전쟁을 논의하기 위해 외국 지도자들과 부산하게 통화를 했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연달아 통화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마즐리스) 의장도 이집트, 필리핀, 헝가리, 이라크, 오만, 카타르, 러시아, 튀르키예, 알제리, 쿠웨이트, 레바논,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 당국자들과 연쇄 전화통화를 했다.

ISW는 이중에서도 "무함마드 왕세자의 통화는 올해 3월 양국 관계 정상화 이후 첫 통화여서 특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짚었다.

또,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를 순방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고위 지도자들과의 정치적 협력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중동 내 시아파 세력을 의미하는 '시아파 벨트'를 주도해 왔으며, 저항의 축은 이란의 지원 아래 부상한 중동 내 반서방·반이스라엘 성향 국가와 무장세력들의 동맹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만나서는 이스라엘에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는 모두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위에 달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ISW에 따르면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8월 31일에는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났고, 9월 1일에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하마스 지도자를 만나기도 했다.

ISW는 "이란 정부는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에 맞서는 무슬림 국가들을 규합하고 스스로를 팔레스타인 대의의 옹호자로 자리매김하려고 해왔다"면서 "이란은 올해 4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병대 간에 긴장이 고조됐을 때도 같은 목적으로 비슷한 외교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