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공포에 금 3% 폭등…JP모건 실적 미쳤지만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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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금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12%, S&P500 -0.50%, 나스닥 -1.23%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621%(-9bp), 2년물 5.056%(-1.5bp)
13일(미 동부시간)은 금요일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날이죠. 그동안 '13일의 금요일'의 주가 기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였습니다. 새벽부터 중동에서 먹구름(분쟁 확대 가능성)이 몰아닥쳤습니다. 유가와 함께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이 폭등했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또 이번 주 9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가 연이어 예상보다 높게 나온데 이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날 10bp가량 급등해 시장을 압박했던 미 국채(장기) 수익률이 아침부터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오전 8시 30분께 12bp 넘게 하락한 4.586%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어제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이나 채권시장의 수급 요인이 해결되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이스라엘은 오전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게 "며칠 내 대규모 군사작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대피하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갤런트 국방부 장관은 "악의 축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이라고 강성 발언을 했습니다. 이란은 이에 대해 분쟁이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가자지구 및 팔레스타인 봉쇄가 계속되는 경우 “명백히 역내 다른 조직들의 대응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은 "우리는 완전히 준비돼 있다. 그리고 행동을 취해야 할 때가 온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이스라엘의 기존 전략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보복은 향후 12개월 동안 어떤 형태로든 가자지구를 넘어 확대될 가능성이 70%이다.
▶확률이 가장 높은 결과(45%)는 전쟁이 헤즈볼라와 레바논 및 시리아의 기타 무장단체를 포함해 확대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마도 내년 대통령선거 이전까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확률은 25%다. 낮은 확률은 아니지만, 우리의 기본 사례는 아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깊숙이 들어가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혹은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전투 능력을 저하시킨 후 헤즈볼라를 공격할 수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실패 확률, 높은 헤즈볼라와의 충돌 가능성,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향후 0~24개월 동안 글로벌 에너지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쟁 확산 가능성에 시장은 움츠러들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나타내는 유가가 초반부터 4%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란까지 분쟁이 확대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 것이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3~0.4%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새벽부터 3분기 어닝시즌의 문을 연 대형 은행들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공개한 덕분입니다. ▶JP모건
매출 : 406억9000만 달러 vs 예상 399억20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 4.33달러 vs 예상 3.94달러
▶웰스파고
매출 : 208억6000만 달러 vs 예상 201억6000만 달러
조정 EPS : 1.48달러 vs 예상 1.25달러
▶씨티그룹
매출 : 201억4000만 달러 vs 예상 192억5000만 달러
조정 EPS : 1.63달러 vs 예상 1.22달러
JP모건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순이익은 35% 증가했습니다. EPS는 4.33달러에 달해 예상치 3.94달러보다 많았고 전년 동기 3.12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주가는 1.5% 올랐습니다. 장중 한때 5% 치솟기도 했습니다. 웰스파고(+3.07%)와 씨티은행(-0.24%)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3개 대형 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225억 달러로 사상 최고였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이 커진 데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간 게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늘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를 3.8%로 높였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날렸습니다. 순이자 이익(NIM)에서 '과잉 이익'(over-earning)을 올렸고, 대출 손실도 '정상 이하'(below normal)라며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란 것이죠. 다이먼은 "비록 소비자들은 잉여현금을 쓰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은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 시장이 빡빡하고 연방정부 부채 수준이 극도로 높으므로 금리가 여기에서 훨씬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난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더해지면서 에너지 및 식량 시장, 세계 무역, 지정학적 관계가 광범위하게 영향받을 수 있다. 세계는 현재 아마도 최근 수십 년 새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측이 내놓은 수치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JP모건의 3분기 순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229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순이자 이익은 지난 7월 가이던스로 제시한 870억 달러보다 더 늘어난 88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들어 분기 발표 때마다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또 대손충당금 13억8000만 달러를 쌓았는데, 이는 예상 23억90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경제 환경을 볼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회복력이 있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Fed가 긴축을 시작한 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경제가 강한 것은 확실히 사실이며 실적을 통해 그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용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조금 더 완만하게 악화하는 것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꽤 잘 지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상업용 부동산 사무실은 예외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분이 매우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월가가 주목하는 은행은 지금 환경에서 혜택을 받는 대형 은행이 아닙니다. 예금 이탈과 자본조달 비용 상승, 보유채권에 따른 미실현 손실 증가 등을 겪고 있는 지역은행들이죠. 오늘 대형 지역은행인 PNC 뱅크(-2.62%)도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3분기 매출은 52억3000만 달러로 예상(53억 2000만 달러)보다 적었지만, EPS는 주당 3.60달러로 예상(3.11달러)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작년 3분기 3.78달러보다는 적습니다. 순이자 이익은 34억2000만 달러로 예상과 비슷했지만 2분기보다 2.8% 감소했습니다. 은행 측은 "증가한 자금 조달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PNC 은행은 지역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자산이 5540억 달러에 달하며, 굉장히 보수적 경영을 해온 곳입니다. 다음주에는 노던트러스트, US뱅크콥, M&T은행, 시티즌스 파이낸셜 등 지역은행들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수리쿠마르 글로벌 스트레티지의 코말 수리쿠마르 설립자는 "지난 3월 지역은행 위기가 실제로 끝났는지 몇 가지 지표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나는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형 은행 중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채를 잔뜩 갖고 있어서 미실현 손실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오늘 보유채권에 따른 미실현 손실이 400억 달러라고 밝혔는데요. 배런스는 이를 기초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실현 손실은 1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은행 외에도 실적을 발표한 곳들이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건강보험 회사인 유나이티드 헬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고 주당 EPS도 6.56달러로 예상을 넘었습니다.
팩스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이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까지 실적을 발표한 32개 기업 중에선 84%가 월가 예상보다 높은 EPS를 보고했습니다. 이들의 이익의 합은 추정치보다 10.1% 더 많습니다. 팩트셋은 "어닝시즌의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EPS 추정을 넘은 기업의 수와 규모는 지난 5년 평균(77%, +8.5%)을 넘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3분기가 아니라 그 이후입니다. 월가는 S&P500 기업 이익이 4분기에는 7.8% 증가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2024년 연간 성장률을 12.2%로 예상합니다. 올해 0.9%보다 크게 개선되는 것이죠.
JP모건 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은 또 다른 '두려웠던 것보다 나은' 3분기 어닝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3분기 S&P500 기업의 주당 영업이익은 54.79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하고 전분기보다는 0.1% 감소하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3분기 어닝시즌은 상대적으로 밝은 부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월가가 2024년 12%의 높은 이익 성장을 예상하는 가운데 자동차노조(UAW) 파업, 유가 변동,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정부 폐쇄 가능성, 중동 분쟁 전개 등으로 인해 경기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아마도 투자자들은 내년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패트릭 하커 총재가 오늘 아침 "우리는 많이 올렸다. 그리고 빨리 올렸다"(We did a lot, and we did it very fast)라면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커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입니다. 그는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통화 정책이 자기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지금 같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상황에서는 높은 금리를 유지하기만 해도 긴축은 강화됩니다. 인플레가 줄어드는 만큼 실질 금리가 올라가니까요. 다만 그의 발언은 오전 10시 미시간대 10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발표된 뒤 빛이 바랬습니다. 설문조사에 포함된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크게 상승한 탓입니다.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8%로 9월 3.2%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또 장기(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0%로 9월 2.8%보다 상승했습니다. 10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63.0으로 9월(68.1)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예상(67.4)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5월(5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락 폭으로는 2022년 6월 이후 최악입니다. 미시간대는 "소비자심리지수는 두 달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0월에 7% 이상 급락했다"라며 "고물가에 따른 부담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가 꺾이고, 3분기 어닝시즌이 기분 좋게 시작된 덕분에 뉴욕 증시는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계속 들어오는 분쟁 확대 소식에 투자자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0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나온 뒤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1시가 넘자 3대 지수 모두 마이너스권으로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이었습니다. 시장이 쉬는 주말 사이에 중동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강화됐습니다. 마켓시큐어리티의 크리스토퍼 바루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주말을 앞두고 지정학적 위험을 헤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bp 내린 4.621%, 2년물은 1.5bp 하락한 5.056%를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은 단숨에 1900달러 대로 치솟았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3.13% 뛴 온스당 194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중동 긴장이 높아지면서 유가 급등세가 지속된 것도 증시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77%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0월 3일 이후 최고입니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에너지 트레이더는 "분쟁에서 더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연말까지 유가는 80~95달러 범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를 시작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유가는 100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23% 급락했고 S&P500 지수는 0.5% 하락했습니다. JP모건 등 금융주와 유가 폭등에 상승한 에너지주 덕분에 다우만이 0.12%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채권과 주식 모두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UBS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공급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UBS는 "예상보다 많은 국채 공급이 최근 몇 달 동안 채권 금리를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채 수요는 추가 공급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강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매각할 것이란 우려가 지나친 것으로 생각한다. 국채 수요의 상당 부분은 담보 요구나 금융 규제 요건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가격 조건에 둔감하다. 중요한 것은 Fed가 시장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매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미국의 장기 채권 수익률 전망치를 50bp 높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장기 금리의 상승세는 지나쳤고 이는 뒤집히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미국의 장기 금리에는 잠재성장률이 대략 천장 역할을 해왔다"라면서 "지금 미국의 실질 10년 국채 수익률은 2.5%에 달했는데, 이는 의회예산국이 제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 1.8%보다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12개월 기준으로 실질 수익률이 그다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금리가 이번 주기 최고로 상승했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에 대한 단기 위험이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우리는 높은 금리가 비우량 기업과 저소득 가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식 시장과 관련, 웰스파고는 "우리는 예상보다 나은 어닝시즌을 기대하며, 이는 S&P500 지수를 우리 목표 범위(4200~4600)의 상단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10년물 금리가 나쁜 경매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락했으며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많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조심스러운 컨센서스가 있지만, 주식에 대한 기술적 배경은 개선되고 있고 이럴 때는 과거 통상 저가매수에 나설 때였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주 경제 지표로는 9월 소매판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가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데이터입니다. 월가는 전월 0.6%보다 둔화한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ING는 "헤드라인 소매 판매는 차량 판매 증가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증가할 것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훨씬 약한 보고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닝시즌은 본격화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금융주와 함께 존슨앤드존슨, 록히드마틴, P&G도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핵심은 넷플릭스와 테슬라입니다. 그리고 지역은행들 실적을 주시해야 합니다. Fed 인사들도 계속 몰려나옵니다. 핵심은 제롬 파월 의장입니다. 19일 정오에 뉴욕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을 한 뒤 Q&A 시간을 갖습니다. 11월 기준금리에 대한 가이던스를 주려고 한다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다른 Fed 위원들처럼 상승한 시장 금리가 Fed의 할 일 일부를 대신해줄 수 있다고 말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장은 지금 Fed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90bp가량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파월 의장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며 반박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원의장이 없는 워싱턴 상황은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하원의장이 되겠다고 나섰던 공화당의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는 사퇴했습니다. 강경우파 짐 조던 의원이 오늘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됐지만, 찬성표는 124표에 불과했습니다. 의장이 되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217표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민주당(212석)이 자기 당의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하원의장으로 밀고 있으므로 공화당(221석) 내에서 5표만 이탈해도 의장이 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새로운 하원의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의회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다음 달 연방정부 폐쇄는 여전히 뚜렷한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폐쇄를 향해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공화당은 새로운 의장을 뽑는데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적시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음을 뜻한다. 이는 또 의회가 지금부터 2024년 대선까지 실질적인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작다는 신호다.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의견일치가 안되는 상황은 의회의 입법 능력을 더욱 낮춘다. 그동안 연방정부의 많은 재정 지출이 주가 상승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더 많은 재정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계속해서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찰스 슈왑의 네이선 피터슨 파생상품 전략가는 "3분기 어닝시즌의 고무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사이에 상당한 위험회피 분위기가 있다. 특히 오늘 주말을 앞두고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음주를 예상하면 3분기 실적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위험 증가와 유가에 대한 잠재적 영향 때문에 실적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12%, S&P500 -0.50%, 나스닥 -1.23%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621%(-9bp), 2년물 5.056%(-1.5bp)
13일(미 동부시간)은 금요일이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날이죠. 그동안 '13일의 금요일'의 주가 기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였습니다. 새벽부터 중동에서 먹구름(분쟁 확대 가능성)이 몰아닥쳤습니다. 유가와 함께 안전자산인 금과 채권이 폭등했고 위험자산인 주식은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또 이번 주 9월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가 연이어 예상보다 높게 나온데 이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날 10bp가량 급등해 시장을 압박했던 미 국채(장기) 수익률이 아침부터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오전 8시 30분께 12bp 넘게 하락한 4.586%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데 따른 것입니다. 어제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렸던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이나 채권시장의 수급 요인이 해결되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이스라엘은 오전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에게 "며칠 내 대규모 군사작전이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대피하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갤런트 국방부 장관은 "악의 축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란"이라고 강성 발언을 했습니다. 이란은 이에 대해 분쟁이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가자지구 및 팔레스타인 봉쇄가 계속되는 경우 “명백히 역내 다른 조직들의 대응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즈볼라의 2인자 나임 카셈은 "우리는 완전히 준비돼 있다. 그리고 행동을 취해야 할 때가 온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은 이스라엘의 기존 전략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보복은 향후 12개월 동안 어떤 형태로든 가자지구를 넘어 확대될 가능성이 70%이다.
▶확률이 가장 높은 결과(45%)는 전쟁이 헤즈볼라와 레바논 및 시리아의 기타 무장단체를 포함해 확대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마도 내년 대통령선거 이전까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는 것을 막는 데 성공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충돌할 확률은 25%다. 낮은 확률은 아니지만, 우리의 기본 사례는 아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깊숙이 들어가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혹은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전투 능력을 저하시킨 후 헤즈볼라를 공격할 수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실패 확률, 높은 헤즈볼라와의 충돌 가능성,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향후 0~24개월 동안 글로벌 에너지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쟁 확산 가능성에 시장은 움츠러들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나타내는 유가가 초반부터 4%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란까지 분쟁이 확대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 것이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3~0.4%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새벽부터 3분기 어닝시즌의 문을 연 대형 은행들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공개한 덕분입니다. ▶JP모건
매출 : 406억9000만 달러 vs 예상 399억20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 4.33달러 vs 예상 3.94달러
▶웰스파고
매출 : 208억6000만 달러 vs 예상 201억6000만 달러
조정 EPS : 1.48달러 vs 예상 1.25달러
▶씨티그룹
매출 : 201억4000만 달러 vs 예상 192억5000만 달러
조정 EPS : 1.63달러 vs 예상 1.22달러
JP모건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 순이익은 35% 증가했습니다. EPS는 4.33달러에 달해 예상치 3.94달러보다 많았고 전년 동기 3.12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주가는 1.5% 올랐습니다. 장중 한때 5% 치솟기도 했습니다. 웰스파고(+3.07%)와 씨티은행(-0.24%)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3개 대형 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225억 달러로 사상 최고였습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이 커진 데다 미국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간 게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늘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를 3.8%로 높였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경고를 날렸습니다. 순이자 이익(NIM)에서 '과잉 이익'(over-earning)을 올렸고, 대출 손실도 '정상 이하'(below normal)라며 시간이 지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란 것이죠. 다이먼은 "비록 소비자들은 잉여현금을 쓰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은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 시장이 빡빡하고 연방정부 부채 수준이 극도로 높으므로 금리가 여기에서 훨씬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난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더해지면서 에너지 및 식량 시장, 세계 무역, 지정학적 관계가 광범위하게 영향받을 수 있다. 세계는 현재 아마도 최근 수십 년 새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측이 내놓은 수치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JP모건의 3분기 순이자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한 229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순이자 이익은 지난 7월 가이던스로 제시한 870억 달러보다 더 늘어난 88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들어 분기 발표 때마다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또 대손충당금 13억8000만 달러를 쌓았는데, 이는 예상 23억9000만 달러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웰스파고의 마이크 산토마시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경제 환경을 볼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회복력이 있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Fed가 긴축을 시작한 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경제가 강한 것은 확실히 사실이며 실적을 통해 그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용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조금 더 완만하게 악화하는 것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꽤 잘 지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상업용 부동산 사무실은 예외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분이 매우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월가가 주목하는 은행은 지금 환경에서 혜택을 받는 대형 은행이 아닙니다. 예금 이탈과 자본조달 비용 상승, 보유채권에 따른 미실현 손실 증가 등을 겪고 있는 지역은행들이죠. 오늘 대형 지역은행인 PNC 뱅크(-2.62%)도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3분기 매출은 52억3000만 달러로 예상(53억 2000만 달러)보다 적었지만, EPS는 주당 3.60달러로 예상(3.11달러)을 크게 상회했습니다. 작년 3분기 3.78달러보다는 적습니다. 순이자 이익은 34억2000만 달러로 예상과 비슷했지만 2분기보다 2.8% 감소했습니다. 은행 측은 "증가한 자금 조달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PNC 은행은 지역은행이라고는 하지만 자산이 5540억 달러에 달하며, 굉장히 보수적 경영을 해온 곳입니다. 다음주에는 노던트러스트, US뱅크콥, M&T은행, 시티즌스 파이낸셜 등 지역은행들이 실적을 공개합니다. 수리쿠마르 글로벌 스트레티지의 코말 수리쿠마르 설립자는 "지난 3월 지역은행 위기가 실제로 끝났는지 몇 가지 지표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나는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형 은행 중에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채를 잔뜩 갖고 있어서 미실현 손실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오늘 보유채권에 따른 미실현 손실이 400억 달러라고 밝혔는데요. 배런스는 이를 기초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실현 손실은 1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은행 외에도 실적을 발표한 곳들이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건강보험 회사인 유나이티드 헬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고 주당 EPS도 6.56달러로 예상을 넘었습니다.
팩스셋에 따르면 월가는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이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까지 실적을 발표한 32개 기업 중에선 84%가 월가 예상보다 높은 EPS를 보고했습니다. 이들의 이익의 합은 추정치보다 10.1% 더 많습니다. 팩트셋은 "어닝시즌의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EPS 추정을 넘은 기업의 수와 규모는 지난 5년 평균(77%, +8.5%)을 넘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3분기가 아니라 그 이후입니다. 월가는 S&P500 기업 이익이 4분기에는 7.8% 증가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2024년 연간 성장률을 12.2%로 예상합니다. 올해 0.9%보다 크게 개선되는 것이죠.
JP모건 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은 또 다른 '두려웠던 것보다 나은' 3분기 어닝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3분기 S&P500 기업의 주당 영업이익은 54.79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하고 전분기보다는 0.1% 감소하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많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3분기 어닝시즌은 상대적으로 밝은 부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월가가 2024년 12%의 높은 이익 성장을 예상하는 가운데 자동차노조(UAW) 파업, 유가 변동,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정부 폐쇄 가능성, 중동 분쟁 전개 등으로 인해 경기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아마도 투자자들은 내년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의 패트릭 하커 총재가 오늘 아침 "우리는 많이 올렸다. 그리고 빨리 올렸다"(We did a lot, and we did it very fast)라면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친 것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커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입니다. 그는 "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통화 정책이 자기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지금 같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상황에서는 높은 금리를 유지하기만 해도 긴축은 강화됩니다. 인플레가 줄어드는 만큼 실질 금리가 올라가니까요. 다만 그의 발언은 오전 10시 미시간대 10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발표된 뒤 빛이 바랬습니다. 설문조사에 포함된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크게 상승한 탓입니다. 단기(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8%로 9월 3.2%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또 장기(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0%로 9월 2.8%보다 상승했습니다. 10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63.0으로 9월(68.1)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고 예상(67.4)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5월(59.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락 폭으로는 2022년 6월 이후 최악입니다. 미시간대는 "소비자심리지수는 두 달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0월에 7% 이상 급락했다"라며 "고물가에 따른 부담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금리가 꺾이고, 3분기 어닝시즌이 기분 좋게 시작된 덕분에 뉴욕 증시는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계속 들어오는 분쟁 확대 소식에 투자자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0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나온 뒤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1시가 넘자 3대 지수 모두 마이너스권으로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이었습니다. 시장이 쉬는 주말 사이에 중동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위험자산을 줄이고 안전자산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강화됐습니다. 마켓시큐어리티의 크리스토퍼 바루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주말을 앞두고 지정학적 위험을 헤지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9bp 내린 4.621%, 2년물은 1.5bp 하락한 5.056%를 기록했습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은 단숨에 1900달러 대로 치솟았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3.13% 뛴 온스당 1942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중동 긴장이 높아지면서 유가 급등세가 지속된 것도 증시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77%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0월 3일 이후 최고입니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레베카 바빈 에너지 트레이더는 "분쟁에서 더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연말까지 유가는 80~95달러 범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 강화를 시작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유가는 100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23% 급락했고 S&P500 지수는 0.5% 하락했습니다. JP모건 등 금융주와 유가 폭등에 상승한 에너지주 덕분에 다우만이 0.12%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황은 어렵지만, 채권과 주식 모두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들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UBS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공급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UBS는 "예상보다 많은 국채 공급이 최근 몇 달 동안 채권 금리를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익률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국채 수요는 추가 공급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강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매각할 것이란 우려가 지나친 것으로 생각한다. 국채 수요의 상당 부분은 담보 요구나 금융 규제 요건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가격 조건에 둔감하다. 중요한 것은 Fed가 시장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매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미국의 장기 채권 수익률 전망치를 50bp 높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장기 금리의 상승세는 지나쳤고 이는 뒤집히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BCA리서치는 "미국의 장기 금리에는 잠재성장률이 대략 천장 역할을 해왔다"라면서 "지금 미국의 실질 10년 국채 수익률은 2.5%에 달했는데, 이는 의회예산국이 제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 1.8%보다 높은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12개월 기준으로 실질 수익률이 그다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은 "금리가 이번 주기 최고로 상승했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에 대한 단기 위험이 아래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우리는 높은 금리가 비우량 기업과 저소득 가계는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주식 시장과 관련, 웰스파고는 "우리는 예상보다 나은 어닝시즌을 기대하며, 이는 S&P500 지수를 우리 목표 범위(4200~4600)의 상단으로 이끌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펀드스트랫의 톰리 설립자는 "10년물 금리가 나쁜 경매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락했으며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이다. 많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조심스러운 컨센서스가 있지만, 주식에 대한 기술적 배경은 개선되고 있고 이럴 때는 과거 통상 저가매수에 나설 때였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주 경제 지표로는 9월 소매판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가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데이터입니다. 월가는 전월 0.6%보다 둔화한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ING는 "헤드라인 소매 판매는 차량 판매 증가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증가할 것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훨씬 약한 보고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닝시즌은 본격화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금융주와 함께 존슨앤드존슨, 록히드마틴, P&G도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핵심은 넷플릭스와 테슬라입니다. 그리고 지역은행들 실적을 주시해야 합니다. Fed 인사들도 계속 몰려나옵니다. 핵심은 제롬 파월 의장입니다. 19일 정오에 뉴욕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을 한 뒤 Q&A 시간을 갖습니다. 11월 기준금리에 대한 가이던스를 주려고 한다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다른 Fed 위원들처럼 상승한 시장 금리가 Fed의 할 일 일부를 대신해줄 수 있다고 말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장은 지금 Fed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90bp가량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파월 의장은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higher for longer)라며 반박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원의장이 없는 워싱턴 상황은 여전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하원의장이 되겠다고 나섰던 공화당의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는 사퇴했습니다. 강경우파 짐 조던 의원이 오늘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됐지만, 찬성표는 124표에 불과했습니다. 의장이 되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할 217표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민주당(212석)이 자기 당의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를 하원의장으로 밀고 있으므로 공화당(221석) 내에서 5표만 이탈해도 의장이 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새로운 하원의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의회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다음 달 연방정부 폐쇄는 여전히 뚜렷한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폐쇄를 향해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공화당은 새로운 의장을 뽑는데 귀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는 적시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음을 뜻한다. 이는 또 의회가 지금부터 2024년 대선까지 실질적인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작다는 신호다.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조차 의견일치가 안되는 상황은 의회의 입법 능력을 더욱 낮춘다. 그동안 연방정부의 많은 재정 지출이 주가 상승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더 많은 재정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계속해서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찰스 슈왑의 네이선 피터슨 파생상품 전략가는 "3분기 어닝시즌의 고무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사이에 상당한 위험회피 분위기가 있다. 특히 오늘 주말을 앞두고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음주를 예상하면 3분기 실적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위험 증가와 유가에 대한 잠재적 영향 때문에 실적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