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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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 3사가 북미 시장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가 북미 시장 진출 길이 막힌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는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 공정을 통해 현지 생산 효율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도 당초 관측보다 커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온 美공장 생산성, 한국 공장 4배 달해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라인당 생산성은 한국 공장 대비 최대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K온 서산 1·2공장의 라인당 생산성은 각각 0.4GWh, 0.9GWh 수준인 반면 조지아주 1·2공장은 각각 1.6GWh, 2GWh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SKBA 조지아주 1·2공장의 생산성은 SK온의 글로벌 배터리 공장을 통틀어 봐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SK온의 첨단 배터리 제조 기술과 공장 자동화 등으로 구현된 스마트팩토리 역량이 이러한 성과를 구현해냈다는 설명이다. SK온은 지난해 1분기부터 연간 생산능력 10GWh 규모를 갖춘 조지아주 1공장과 작년 말 12GWh 규모의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 2공장. SK온 제공
SK배터리아메리카 조지아 2공장. SK온 제공
그간 SK온의 실적 저하 요인으로 지목됐던 SKBA 조지아주 1·2공장의 수율(생산품 대비 완성품) 역시 가동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크게 개선됐다. 수율이 높을수록 불량 제품 생산이 줄어든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의 수율은 평균 90%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SK온은 향후 조지아주 공장과 헝가리 공장의 수율을 서산 공장과 중국 창저우·옌천 공장처럼 9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공장의 가동률과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미시간주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뒤 향후 북미에서 준공될 다른 배터리 공장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8개 공장을 운영 및 건설하고 있다. 2012년 준공된 미시간주 공장은 이들을 전체적으로 컨트롤 하는 '북미 마더 팩토리' 역할을 맡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5월 올해 첫 해외 출장으로 미시간주 공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도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연합뉴스
삼성SDI 역시 북미에 짓고 있는 스텔란티스, GM 등 완성차 업체와의 배터리 합작공장에 최첨단 설비와 스마트팩토리 등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 1공장(연산 33GWh)은 2025년 1분기, 2공장(34GWh)은 2027년 초, GM과의 합작공장(30GWh)을 2026년 가동이 목표다.

K배터리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북미 시장서 상황 반전될 것"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짓고 있는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 건축 전경. 블루오벌SK는 총 10조2000억원을 투입해 켄터키주(연산 86GWh), 테네시주(43GWh)에 공장을 짓고 있다. 블루오벌SK 제공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짓고 있는 켄터키주 배터리 공장 건축 전경. 블루오벌SK는 총 10조2000억원을 투입해 켄터키주(연산 86GWh), 테네시주(43GWh)에 공장을 짓고 있다. 블루오벌SK 제공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저가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는 내수 시장을 넘어 비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8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ATL 점유율은 27.7%로, 1위 LG에너지솔루션과 격차를 0.7%포인트로 줄였다.

CATL의 약진은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차, 볼보, BMW 등에 제품 판매를 늘린 결과다. 중국 2위 배터리 업체인 BYD는 포드 링컨과 KG모빌리티, 기아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에쓰볼트가 BMW의 새로운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파라시스를 비롯한 여러 중국 배터리 업체의 수주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중국 배터리 업체가 진입하기 까다로운 지역인 북미 시장에서 K배터리 3사 입지가 커질수록 상황은 향후 다시 반전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는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미에서 현지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2025년 국내 업체가 북미에서 생산하게 될 배터리 규모는 연간 최대 451GWh에 달한다. 회사별 예상 생산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277GWh, SK온 151GWh, 삼성SDI 23GWh다. 현재(40GWh~50GWh) 보다 1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에 '초비상'…美서 반전 노린다 [배성수의 다다IT선]
IRA에 따른 AMPC도 K배터리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1kWh당 세금 혜택 35달러를 제공한다. 배터리 모듈을 생산하면 10달러의 세금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초 관측보다 AMPC 규모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AMPC 영향이 컸다. 회사의 AMPC 공제액은 2155억원으로 영업이익(7312억원)의 30%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AMPC 혜택을 받고 있는 SK온 역시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되고 있다. 회사는 올해 4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 AMPC를 받게 될 전망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