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주 발표할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예상보다 큰 1000명 이상 될 것이라고 한다. 기존보다 3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000년 의약분업 파동 직후 줄어든 정원(351명)을 되살리는 안, 지방국립대의 의사 구인난을 고려해 500여 명 늘리는 안 등을 보고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 동안 연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이 결과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생은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6명의 56%에 불과하다.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연 14.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현실과 정반대다. 한국보다 의사가 적은 곳은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5명)뿐이다. 인구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급증하는데 의사 수가 너무 적어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의료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환자가 진료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진다. 이대로 가면 2035년에 수요 대비 부족한 의사가 2만7000여 명에 이를 것(보건사회연구원)이라고 하니 보통 큰일이 아니다.

문제는 의사들의 반발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대규모 파업에 밀려 무산됐다. 의료계는 직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헌법에 명시된 국민 생명권 및 건강권과 직결되는 의대 정원 확대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의료계는 단순 정원 확대로 필수 의료인력을 늘리거나, 지방 의료 인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최근에도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지방 병원에선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늘어난 의사 인력이 필수 분야를 꺼리고, 수도권에서만 일하려고 한다면 불균형이 심화할 게 뻔하다. 의대 증원 방안에 필수·지역 의료 확충 대책을 함께 담아야 하는 이유다. 지역 출신 의대생 선발을 더 늘리고, 필수 분야의 의료 수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