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8회 커피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지난 14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8회 커피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 고즈넉한 시골 마을.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 그늘진 정자에 두 할머니가 나란히 앉아 있다. 한 할머니가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며 묻는다. “올해는 아들이 왔다 갔는가?” 다른 할머니가 커피를 마시며 대답한다. “바쁘댜.(…) 내 죽으면 내려오겠지.”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카메라는 다시 은행나무 아래 정자를 비춘다. 저번에 커피를 따라줬던 할머니 혼자다. 다시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며 말한다. “인제 아들이 왔겠구먼.” 노을이 지는 마을 풍경을 홀로 바라보는 할머니의 표정엔 그리움이 가득하다.

커피 한 모금, 네 생각…할머니의 진한 '그리움'
김재선 감독(일반부)이 ‘제8회 커피 29초영화제’에 출품한 ‘그리움’이라는 제목의 영상 내용이다. 이 작품은 지난 14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통합(일반부+청소년부) 대상을 차지했다.

커피를 마시며 그리움의 정서를 친구와 함께 나눴다가, 이제 홀로 달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줘 이번 영화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는 국내 최대 커피문화축제인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과 함께 열려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 ]을 바꾸는 커피 한 잔’이었다.

출품작 300여 편 중에는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연인 또는 친구와 커피를 함께하며 감정을 나누는 일상의 순간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

통합 최우수상은 일반부의 이창수 감독이 출품한 ‘아버지와 커피 타임’에 돌아갔다. 반찬 투정을 하다가 엄마를 화나게 해 평소 대화가 적었던 아버지와 30분간 커피 타임을 갖는 대학생 상하의 모습을 코믹하게 담았다.

일반부 우수상은 이무열 감독의 ‘코피? 커피’, 청소년부 우수상은 이민기 감독의 ‘새 학기 분위기에 커피 한 잔!’이 받았다. 특별상은 청소년부 윤영수 감독의 ‘원두의 생사를 바꾸는 커피 한 잔’ 등 모두 4개 작품이 수상했다.

이번 영화제의 총상금은 대상 500만원 등 모두 1500만원이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