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K배터리 3사’가 북미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 업체의 북미 시장 진출 길이 막힌 사이 국내 업체들은 현지 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는 등 생산성 확대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도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으며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中 질주 저지"…K배터리, 북미서 반전 노린다

SK온 美 공장 생산성, 한국 4배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의 라인당 생산성은 각각 1.6GWh(기가와트시), 2GWh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충남 서산 1·2공장의 라인당 생산성인 0.4GWh, 0.9GWh와 비교하면 최대 4배가량 높다. SK온의 전 세계 공장을 통틀어도 조지아 공장의 생산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SK온은 조지아 공장의 높은 생산성 비결로 첨단 배터리 제조 기술과 자동화 공정 등으로 구현된 스마트팩토리 역량을 꼽았다. SK온은 지난해 1분기에 조지아 1공장(연산 10GWh), 작년 말에 2공장(12GWh)을 준공했다. 조지아 공장은 가동 초기 단계를 지나며 수율(생산품 대비 완성품)도 개선되고 있다. 수율이 높을수록 불량 제품 생산이 줄어든다. 회사 관계자는 “올 3분기 글로벌 생산 거점의 평균 수율은 90%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마더 팩토리’ 역할을 맡은 미시간 배터리 공장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12년 준공된 미시간 공장에 스마트팩토리를 우선 도입한 뒤 향후 북미 내 다른 공장에도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8개 공장을 운영 및 건설하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5월 올해 첫 해외 출장으로 미시간 공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도입 현황을 살폈다. 양사보다 북미 시장 진출이 다소 늦은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와 짓고 있는 합작공장에 최첨단 설비, 스마트팩토리 등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K배터리 북미 생산력 2년 만에 10배↑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을 넘어 비중국 시장에서까지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며 K배터리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1~8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27.7%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로써 1위 LG에너지솔루션과의 점유율 격차는 0.7%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미에서 K배터리 3사의 입지가 높아질수록 상황은 다시 반전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25년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서 생산할 배터리 규모는 연간 최대 451GWh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와 비교하면 생산 능력이 2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는 AMPC 규모도 K배터리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LG에너지솔루션의 AMPC 규모는 2155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7312억원)의 30%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AMPC 혜택을 받는 SK온은 내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가 목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부터 AMPC를 받게 될 전망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