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된 문화재법에…해외 아트페어 못가는 김환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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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50년' 넘은 미술품 반출 규제
'K미술 세계화' 발목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
100년 넘은 세잔·로댕 작품 인기
韓 갤러리는 '물성탐구 선구자'
故 곽인식 작품 전시하려다 포기
'가치 높으면 외국판매 금지' 탓
'K미술 세계화' 발목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
100년 넘은 세잔·로댕 작품 인기
韓 갤러리는 '물성탐구 선구자'
故 곽인식 작품 전시하려다 포기
'가치 높으면 외국판매 금지' 탓

14일(현지시간) 세계적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프리즈 마스터스’가 열린 영국 런던 리젠트파크. 공원 안에 빼곡히 들어선 130여 개 부스 중 최고 인기는 단연 중세·근대 거장 작품이 걸린 갤러리들이었다. 속칭 ‘명화’로 불리는 수백 년 전 작품들의 인기는 요즘 ‘핫’한 생존 작가들의 작품을 압도했다. 이런 작품 중 상당수는 그 나라 갤러리들이 해외 ‘큰손’에게 팔려고 내놓은 것이거나 이미 해외에 판매해 소유주의 ‘국적’이 바뀐 것들이다.
◆지정문화재도 아닌데 “팔지 마라”

“다른 나라 갤러리들은 200~300년 전 작품도 판매하는데, ‘고작’ 50년밖에 안 된 작품도 해외에 못 갖고 나가는 게 말이 되느냐. 이래 놓고 어떻게 ‘K미술’의 우수성을 알리겠느냐”고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반동산문화재는 보물·국보 등 ‘지정문화재’와 달리 국가가 지정하지 않은 ‘비지정문화재’다. 회화, 조각, 고서(古書), 공예품 등 사람이 들고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이 대상이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미술관·박물관 등 전시를 위한 일시적 반출은 가능하지만, 해외 아트페어에 출품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 규정이 ‘K미술 세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과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정작 한국 대표 작품은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찬규 학고재 회장은 “프리즈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갤러리와 컬렉터가 모이는 자리”라며 “한국 대표 작가들을 글로벌 ‘큰손’과 세계적인 미술관 큐레이터에게 선보일 기회를 우리 스스로 내던진 셈”이라고 했다.
◆“보호 명분으로 韓 미술 발전 막아”
‘제작 50년’이라는 기준도 논란거리다. 똑같은 작가가 그렸어도 1974년 작품은 거래할 수 있고, 1973년 작품은 안 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다. 미술계에서 “같은 작가의 같은 연작인데 1년 차이로 이렇게 갈리는 게 합리적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 달라고 미술계가 요청한 지 10년도 더 됐지만, 그때마다 문화재청의 답은 “검토 중”이다.
정준모 미술평론가(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일제강점기 시절 문화재를 수탈당했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보호’라는 명분으로 한국 미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한국 미술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하루빨리 낡은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